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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 두 다리 뻗고 평온하게 잘 수 있는 이 순간을 지키고 싶습니다.” 방글라데시 쿠투팔롱과 발루칼리 지역에서 로힝야 난민 지원을 위한 현장조사를 하던 중 들었던, 아직도 잊히지 않는 로힝야족 난민 압둘라의 말이다. 세계에서 가장 박해받는 소수민족 중 하나로 알려진 로힝야족은 미얀마 서부 라카인주에 거주하는 이슬람교도들이다. 불교도가 다수인 미얀마에서 로힝야족은 종교를 이유로 차별받고 방글라데시계 불법 이민자로 불리는 등 박해를 받아왔다. 미얀마 정부에서는 공식적으로 로힝야족을 미얀마의 소수민족으로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사실상 이들은 국적이 없는 신세나 마찬가지다.

로힝야족에게 국적뿐 아니라 거주지까지 잃게 만든 사건이 발생했다. 2016년 10월 라카인주에서 국경초소 습격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수백명의 괴한들이 라카인주 마웅토 등 국경지대에 있는 3개 초소를 습격해 9명의 경찰관을 살해했고, 사건의 배후로 로힝야족의 극단주의 무장단체가 지목되었다. 이로 인해 미얀마 군부와 로힝야족 사이의 갈등은 심화됐고 미얀마 군부가 무장단체를 소탕하는 도중 로힝야족 민간인들에게도 끊임없는 위협과 폭력, 학살을 자행했다. 이를 견디다 못한 로힝야족은 방글라데시 콕스 바자르 지역으로 피신했고, 작년 8월27일 이후 이곳으로 넘어온 로힝야족 난민들만 현재 약 91만5000명에 달한다. 방글라데시 내 난민들이 급증하자 난민 주거지역에서는 여러 문제가 생겨났다. 난민들은 방수천막으로 만든 5평도 안되는 임시주거지에서 5~6명이 함께 살고 있다. 하나의 재래식 화장실을 9~10가구가 공용으로 사용해야 하며, 하수도 시스템을 갖추지 못해 악취가 진동한다. 최소한의 인간적인 삶을 위한 식량·식수뿐 아니라 보건·위생시설 등 모든 영역에 걸쳐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필자가 일하고 있는 굿네이버스 방글라데시는 이들을 돕기 위해 수차례 현장조사를 했고, 지방 공무원, 로힝야족의 인도적 지원을 위한 업무 조정 및 정보 관리를 담당하는 유엔 담당자, NGO 이해관계자들과 회의를 가졌다. 회의 이후 우리 단체는 초기 대응으로 작년 10월 초부터 식량과 생필품들을 7회에 걸쳐 5740가구에 배분했다. 또한 식량·생필품과 같은 일시적인 자원 배분을 넘어 이후 난민들을 지속적으로 도울 수 있는 방법들을 계획하고 있다.

그중 하나로, 굿네이버스는 현장의 사업 전문성을 바탕으로 난민 중 가장 취약한 계층인 아동과 여성이 보호받을 수 있도록 돕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난민캠프 내 아동들은 아동노동, 조혼, 유괴 및 아동학대 등 다양한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따라서 난민캠프 내 아동친화공간에서 아동권리 교육 및 재난 후 심리정서지원 사업을 진행하며 아동들이 신체적·정신적 안정을 갖도록 돕고 있다. 또한 여성들은 난민캠프 내에서 성희롱·성폭력 및 인신매매 등과 같은 성범죄의 표적이 되고 있다. 이에 모든 여성들이 언제든 편히 쉴 수 있는 여성친화공간을 마련하고 성폭력 예방 프로그램, 성인지 개선 프로그램, 여성 역량강화 프로그램 등을 제공해 여성들이 자신을 지킬 수 있도록 돕고자 한다. 6월20일 세계 난민의 날을 맞아 우리가 살아가는 이 지구에서 여전히 억압받고, 고통받고 있는 로힝야족을 응원하며 함께 도움을 줄 수 있는 세계 시민들이 더욱 많아지길 기대한다.

<김양희 | 굿네이버스 방글라데시 사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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