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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가정보원장 등으로 구성된 대북특사단이 5일 특별기편으로 북한에 파견된다고 청와대가 4일 밝혔다. 특사단은 1박2일간 머물며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을 비롯한 북한 고위 당국자들과 만나 북·미대화 여건 조성, 남북관계 개선 문제 등을 포괄적으로 논의하게 된다. 장관급 인사 2명이 함께 대북 특사로 파견되는 것은 전례없는 일로, 이는 문재인 정부가 현 정세를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음을 엿보게 한다.

청와대가 4일 오후 청와대에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왼쪽)과 서훈 국가정보원장 등 대북특별사절단 명단을 발표했다. 연합뉴스

이번 특사의 우선 목표가 북핵 문제 해법 모색과 북·미관계 중재에 있는 만큼 외교안보를 총괄하는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대표를 맡는 것은 바람직하다. 서훈 원장은 2000년과 2007년 두 차례 남북정상회담을 기획한 협상 전문가인 데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가장 많이 대면한 베테랑이어서 특사로 제격이다. 특사단은 최고권력자인 김정은 위원장을 직접 만나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구상을 전달하고 김 위원장의 견해를 듣게 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올 들어 남북대화를 재개하면서 북·미대화 의지를 드러내기 시작했지만 북핵 문제에는 여전히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지난달 평창 동계올림픽 폐회식에 맞춰 방남한 김영철 통일전선부장이 “미국과 대화할 용의가 충분히 있다”고 했지만 비핵화하겠다는 뜻은 아니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은 ‘적절한 조건’하에서만 북한과 대화하겠다고 했고, 백악관은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한반도 비핵화(CVID)’라는 가장 엄격한 비핵화 요건을 끄집어냈다. 북한이 대화 의지를 내비치자 오히려 문턱을 높이려는 듯한 미국의 태도는 대북 불신이 그만큼 뿌리 깊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이런 불신과 의구심을 돌파하고 북·미대화를 궤도에 올려놓으려면 김정은 위원장이 모종의 결단을 내리는 것 외에 방법이 없다. 북한은 현재의 국면이 한반도 상황을 결정지을 수 있는 분수령임을 인식해야 한다. 김 위원장이 비핵화 의지를 국제사회에 천명할 생각이 있다면 이번 특사단 방북이 절호의 기회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북한은 과거 ‘한반도 비핵화는 선대의 유훈’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를 재확인하고 우선 핵·미사일 실험의 잠정중단 의지를 비친다면 더할 나위가 없다. 대북 강경 입장인 미국을 대화의 장으로 이끌어냄으로써 북·미가 진지한 협상의 길로 들어설 수 있게 해줄 것이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은 결코 이번 국면 전환의 계기를 놓쳐서는 안된다. 실험 중단 의사 표명만으로도 많은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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