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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영국 일간지 가디언의 발표가 주목을 끈다. “김치가 종주국인 한국에서 입지를 위협받고 있다”는 것이다. 이유는 두 가지이다. 중국산 김치가 역수출돼 한국 내 김치시장을 장악하고 있고, 어린이를 비롯한 젊은층의 입맛이 변해 전통음식을 외면하고 있다는 것이다.

상당 부분 고개가 끄덕여진다. 중국산 김치로 인한 한국 김치의 적자는 2006년 이후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연간 수입김치는 19만t에 이른다. 전량 중국산으로 보면 된다. 또한, 신세대의 입맛이 서구화되면서 김치 소비는 계속 줄어 1인당 연간 소비량도 27㎏으로 10년 전에 비해 23% 감소했다.

하지만 다행스러운 점은 가디언이 희망적인 언급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치가 한국에서의 하락세와는 달리 2013년 포브스지의 10대 음식 트렌드로 선정되는 등 세계시장에서의 영향력은 점점 커지고 있으며, 아시아를 넘어 미국과 유럽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김치에 대한 해법이 있는 것이다. ‘위기를 기회로’라는 말이 있다. 즉, 위기 속에 기회는 있는 법이다. 근래 한국산 김치가 세계시장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는 증거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최근 일본 편의점에서 한국산 ‘돼지김치덮밥’ 도시락이 판매에 들어갔다. 판매 시작 2주 만에 25만개 이상이 팔렸으며, 상승세를 타고 있다. 맛과 품질·안전성 등 품질관리 기준이 까다롭다는 일본인들의 입맛을 사로잡은 것이다. 또한, 뉴욕 한복판에서 펼쳐진 김치 만들기 체험행사에서 외국인들은 양념이 옷에 묻은 줄도 모르며 즐거워하는 등 높은 관심을 나타냈다. 이렇듯 서서히 세계가 한국산 김치의 우수성을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기회를 놓쳐서는 안된다. 김치강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절호의 찬스이다. 이를 위해 치밀한 방어와 공격이 필요하다. 파죽지세로 몰려오는 중국산 김치에 대해서는 원산지 표시를 강화하여 국내산 김치가 피해를 보는 일이 없어야 한다. 아울러 수입김치에 대해서도 국내산 김치와 마찬가지로 위해요소중점관리기준(HACCP) 인증을 현실화해야 한다. 또한 김치를 외면하고 있는 신세대를 위해서는 입맛을 사로잡는 다양한 감칠맛 나는 김치 개발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어떻게 전통 막걸리가 젊은층에게 사랑받고 있는지를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전국 8도의 김치 (출처 : 경향DB)


다음은 해외시장을 겨냥한 공격적 마케팅이 필요하다. 해외 마케팅은 신뢰를 바탕으로 차별화 전략으로 나아가야 한다. 김치의 해외 수출에 있어 신뢰의 첫 단추는 가격의 안정화, 제조공정의 투명성, 지속적 품질관리에 있다. 이를 위해 기상 변화에 강한 무·배추 품종을 개발·보급하고, 순차적 파종을 통한 안정적 물량 확보와 수확 후 최상의 상태로 보관할 수 있는 저온저장고 설치와 지원이 필요하다. 또한 구전이나 경험을 통해 내려온 전통적인 가공방법 등을 세계인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개량화, 과학화를 서둘러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음식에 문화를 입히는 스토리텔링 작업과 고부가가치를 지닌 기능성 식품으로 차별화해야 한다. 단순한 반찬에서 벗어나 풍미를 증진시키고, 질병 예방이나 치료를 목적으로 하는 식품으로 나아가야 하는 것이다.

김치 관련 산업 규모는 2조원에 이르고 있다. 이는 전체 채소시장의 34%를 차지하는 수치다. 식품 관련 산업 규모 39조원에서 사실상 김치가 핵심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중요한 김치가 위기와 기회의 기로에 서 있다. 창조적 사고와 노력을 통해 얼마든지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다.

세계인이 인정한 한국 김치! 하루빨리 김치 종주국으로서 위상을 바로 세우고 세계시장을 석권하는 김치강국 코리아가 되기를 간절히 기대해 본다.


변성섭 | 농협안성교육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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