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우리의 안보
현실을 점검하기 위해 지난 7일 북한 경비정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왔을 때의 상황을 정리해 볼 필요가 있다. 이날 합참의
설명은 이랬다. ‘북 경비정 1척이 NLL을 침범해 우리 군의 고속함 1척이 경고 및 경고사격을 했고, 북한 경비정이 대응사격을 해
아군도 대응사격을 했다. 우리 쪽의 피해는 없고 북한 경비정도 우리가 발사한 포탄에 맞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 설명은
남북 함정이 서로 공중에 위협 사격하다 종결된 것처럼 되어 있다. 그래서 함포 소리가 좀 나기는 했지만 심각한 사태 없이 원만하게
끝난 해프닝 정도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국정감사를 통해 그게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당시 남북은 상대 함정의 침몰을 목표로 조준사격하는 교전을 했다. 특히
군은 불발탄 때문에 함포 사격이 안되자 순항 미사일까지 발사하려 했다. 그런데도 합참은 7일 “남북한 함정은 모두 조준사격을
하지 않고 경고 및 대응사격을 했다”고 거짓 발표했다. 만일 교전 때 북한 경비정을 침몰시켰거나 미사일을 발사했다면 어떤 사태가
벌어졌을지 상상하고 싶지도 않다. 북측은 해안포를 쏘아 보복 포격을 했을 것이고, 이에 남측 역시 북측 해안을 목표로 포를 쏘았을
것이다. 이건 국지전의 발발을 의미한다.
북 경비정 서해 NLL 침범 상호 시격
이렇게 순식간에 확전될 수도 있었던 상황을 군은 은폐했고, 그 때문에 시민들은 심각성을 전혀 모른 채 그날 하루를 보냈다. 경고 뒤
즉시 사격하는 대응방법은 위기관리 개념이 없는 충돌 시나리오나 다름없다. 이번 사태가 이미 증명했다. 이는 시민들이 군에 안보를
맡겨두고 편히 발 뻗고 잠을 잘 수 없는 상황이라는 걸 의미한다. 다른 곳도 아닌 서해 군사적 충돌과 같은 민감한 문제는
청와대가 직접 나서서 국지전으로 비화하지 않도록 위기관리를 해야 한다. 그런데 청와대는 “군이 알아서 대응하라”고 했다고 한다.
안보는 군에만 맡길 수 없는 정치 지도자의 최고 책무이다. 청와대가 이런 안이한 자세라면 결코 위기와 불안을 잠재울 수 없다.
서해 군사적 충돌은 북 함정을 침몰시키고 만세 부르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그동안 서해교전은 보복전이었다. 보복은 보복을
불러왔고, 피는 피를 불렀다. 그런데도 박근혜 정부와 군은 ‘피로써 지킨 서해’ 운운하기를 즐긴다. 그러나 시민이 원하는 것은
우리 군인의 피도, 북한 군인의 피도 아닌 평화다. 서해 평화를 위한 구상이 이미 나왔고 남북 간 협상을 한 바도 있다. 선을
긋고 대치하며 피를 부르는 걸 안보라고 해서는 안된다. 정부는 즉각 평화적인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일반 칼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론]피의자 없는 감시의 공포 (0) | 2014.10.16 |
---|---|
[정동칼럼]개헌하자, 선거제도 개혁과 함께 (0) | 2014.10.16 |
[사설]사이버 수사 계속한다는데 뭘 안심하라는 건가 (0) | 2014.10.16 |
[여적]이등병 (0) | 2014.10.15 |
[사설]행정부의 ‘국감 방해’ 용납해선 안된다 (0) | 2014.10.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