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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6일 남북 철도 연결 착공식이 있었다. 경의선과 동해선이 중국·시베리아 횡단철도로 연결되어 유럽까지 이어질 계획이다. 성사되면 남북한 교류가 확대되어 한반도 긴장 완화가 이뤄지고, 육로로 대륙 진출이 가능해져 각종 경제적 효과가 클 것이라는 기대가 높다.

하지만 갈 길이 멀다. 우선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는 철도 공동조사에 대해서만 제재를 면제했다. 국토교통부는 철도 연결 및 현대화 비용으로 약 6조7044억원을 예상하지만, 노후한 북한의 열차 교체, 전력수급상의 문제 해결, 해안선을 따라 배치된 북한 군부대 이전비용 등 실제 소요비용의 규모는 현재로서는 정확하게 알기 어렵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오른쪽)과 김윤혁 북한 철도성 부상이 2018년 12월 26일 개성 판문역에서 개최된 ‘동·서해선 남북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 착공식’에서 철도 침목에 서명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제공

특히 철도 연결사업의 구체적인 내용을 결정할 법 규범이 부재한 상황이다. 남북 철도가 여객을 운반하고 대륙까지 연결되면 다양한 법적 쟁점들이 발생할 것이다. 열차 내 범죄 발생, 열차에 탑승한 범죄자의 타국 도주, 열차 사고 및 지연운행 등으로 인한 손해배상 및 보상, 승객들 간의 분쟁 등이 있을 때 경찰권 및 재판관할권을 남북 어느 쪽이 갖는지가 논란이 될 수 있다. 불가피한 사유로 정시 출발이 이뤄지지 못해 후속 열차들이 지연되면 새 열차시간표 배정이 즉각 이뤄져야 한다. 중국 및 러시아 철도와 연결될 경우에는 더욱 긴요해진다. 2004년 ‘남북열차운행기본합의서’(약칭)에 의한 일방통보 운행조정방식은 갈등만 야기한다. 열차사고가 발생 시 사고 수습, 인명구조, 사후조사를 담당할 법적 주체를 정해야 하는 것도 시급한 사안이다.

새로운 남북합의서가 필요하다. 남북합의서는 2013년 ‘개성공업지구 합의서’(약칭)가 인정한 수준 이상으로 남한 승객의 신체·주거·재산권의 불가침성을 보장해야 한다. 남한 승객이 열차 탑승을 꺼리지 않도록 경찰권의 주체도 확실하게 정해야 할 것이다. 기존 ‘남북철도운영공동위원회’보다 긴급한 사안을 처리하기에 적합한 전담기구 설치의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함은 물론이다. 그 외에도 예상하지 못한 난제들을 최소화하기 위한 내용을 담아야 한다.

따라서 3가지 제도를 면밀히 분석해 치밀하게 대비해야 한다. 남북 철도를 규율하는 법체계는 남북합의서를 근간으로 하고, 남측·북측 법령이 공존했던 개성공업지구법제도와 유사할 가능성이 높다. 개성공단법제를 검토해 그동안의 미비점과 문제점들을 총체적으로 재점검해 관련 법령들을 만들 필요가 있다.

동·서독은 1971년 12월17일 최초의 실무협정인 ‘동·서독 간의 일반시민과 화물교통에 관한 협정’(약칭)을 조약 형식으로 체결해 양측의 철도 운행을 위한 법적 토대를 마련했다. 이 협정의 정확한 내용과 실제 적용 사례를 연구해 남북합의서의 기본틀을 만들어야 한다.

한국은 지난해 6월7일 북한·중국·러시아 등 28개국이 모인 국제철도협력기구(OSJD)에 가입함으로써 ‘국제철도화물운송협약(SMGS)’ 적용을 받게 되었다. 남북합의서에 불명확한 부분이 있거나 미비한 사항이 있을 경우에는 협약에 따라 해결하는 것이 가능해진 점은 다행이나, 협약의 구체적 내용과 적용례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정부는 관련 부처와 연구기관들이 협업할 수 있는 제반 환경을 조성해 법제도를 제대로 만들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철저한 대비와 완벽한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김정현 전북대 교수·헌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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