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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_김상민 기자

물리적 거리 두기가 한창이다. 여러 전문가들의 연구 결과 물리적 접촉을 줄이는 것이 전염병 확산을 막는 최선의 방법이라 하기에 모두들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다. 지난 27일 저녁(현지시간) 프란치스코 교황도 텅 빈 바티칸 베드로 광장에서 전 세계를 위해 홀로 기도하는 시간을 가졌다. 적막이 가득한 광장 사진을 본 모든 사람들은 코로나19가 가져온 심각함을 다시 한번 느끼기도 했다. 그런데 그보다 앞선 3월22일 프란치스코 교황은 한 스페인 언론인과 인터뷰하면서 “각국은 각자의 상황에 맞는 구체적 해법을 찾아야 하지만, ‘각자도생’은 절대 해법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물리적 거리 두기가 서로를 배려하며 전염병을 차단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홀로 이 모든 상황을 이겨낼 수 있는 것이 아님을 말한 것이다.

자본주의사회에서 경쟁 시스템은 생산력을 높여주는 원동력이 되었다. 기업뿐만 아니라 학교도 병원도 종교도 경쟁을 받아들였다. 이 경쟁은 효율성과 생산력의 힘으로 막대한 성장을 이루어주었지만, 그만큼 나와 타인을 나누고, 이웃마저도 경쟁의 상대로 만들어버렸다. 우리 시대가 눈부신 풍요로움을 살고 있는 것만큼, 우리는 역사상 최고로 삭막한 세상에서 살게 된 것 또한 사실이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작은 바이러스는 이제 지금까지 살아온 우리의 방식에 한계가 있음을 돌아보게 만든다. 아무리 첨단 장비로 무장을 하고, 담장을 높이 쌓아 내 집을 보호한다 하더라도, 이 세상에서 살아가며 많은 사람과 교류하는 우리는 언제 어떻게 바이러스에 감염될지 몰라 두려워하고 있다. 바이러스에 잘 대처할 수 있는 장비를 구입할 수 있고, 마스크를 쌓아놓고 살며, 전문적인 의료 시스템을 이용할 수 있는 경제적 능력을 지녔다 하더라도 이 공포는 줄일 수 없다. 결국 나와 남을 구분해서 나의 안전만을 추구하는 것은 한계를 드러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내 이웃이 건강하지 않다면 그것은 그저 불쌍하고 안타까운 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바로 나의 건강을 위협한다. 이웃이 불쌍하기에 내가 가진 것을 나누는 것도 훌륭한 마음이지만, 나와 이웃이 결코 떨어지지 않았음을 이해하는 것이 더 중요한 마음이다.

바이러스는 우리가 살아왔던 성장의 시대에 새로운 질문을 던진다. ‘내 주변 어디까지를 방역해야 내가 안전해질까?’ 혹은 ‘나로부터 위험한 사람을 어떻게 차단해야 내가 병에 걸리지 않을까?’라고 질문해봐야 답을 찾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그보다는 내 주변에 누가 있는지, 그들 가운데 지금 아파하고 있는 사람은 누구인지로 우리의 시선을 바꾸어야 할 때가 되었음을 말해준다. 그래서 배척과 차단이 아닌 연대와 동참이 새로운 시대로 나아가게 해 준다는 것을 이야기한다.

중국과 일본이 건강해야 우리가 건강하다. 대구가 아프지 않아야 내가 아프지 않게 된다. 어디까지가 나의 이웃인지 의심하고 선을 긋는 방식이 아니라, 지금 이웃의 건강을 위해 내가 가진 것을 나누고 연대한다면, 그는 나에게 건강한 이웃이 되어줄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내 주변을 이웃으로 만드는 것이 바로 내가 건강하게 살 수 있는 가장 빠른 지름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정수용 | 가톨릭 신부, 환경보건시민센터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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