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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는 100대 국정과제로 ‘노동존중 사회의 실현’과 ‘차별 없는 좋은 일터 만들기’라는 두 개의 노동정책과제를 제시하고 있지만, 노사관계정책의 기조가 무엇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일자리를 늘리고 공정한 고용질서를 구축하여 노동복지를 높여가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노동정책에는 대다수 국민이 공감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역대 어느 정부보다도 노동을 중시하는 정부라고 본다. 

그러나 일부에서 보는 것처럼 노동을 중시하는 것이 바로 노사관계를 중시하는 것은 아니다. 또한 노동을 존중하고 노동법규범을 민주화한다고 하여 바람직한 노사관계가 구축되는 것도 아니다. 1987년 이후 우리나라는 정치·사회적 민주화가 크게 진전되어왔지만 노사관계의 구조적인 발전이 상응하게 이루어져온 것은 아니었다. 여전히 우리나라는 노사 대립적인 구도에서 탈피하지 못하고 있다. 노사조직의 권력이 기업단위에 집중되고 기업별 단체교섭이 중시되는 분권화된 체제로 인한 문제점도 막대하다. 이러한 노사관계 체제의 취약성이 근로자 간의 임금격차를 야기하고 고용구조를 왜곡시켜온 핵심적인 원인이다.

바람직한 노사관계가 되기 위한 요건은 노동이 존중되는 민주적인 노사관계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산업 경쟁력을 높여갈 수 있는 참여·협력적인 노사관계도 바람직한 노사관계가 될 수 있도록 하는 또 다른 요건이다.

‘시장 만능’이나 ‘국가 주도’가 아닌 참여적 거버넌스가 시장을 조정하는 새로운 한국적 조정시장경제가 구축되어야 한다. 이와 같은 참여적 조정시장경제를 구축할 수 있도록 하는 핵심적인 제도적 틀로써 역할을 할 수 있는 사회정합적인 노사관계도 또한 바람직한 노사관계 요건이다.

민주적이며 생산적인 노사관계, 사회정합적인 노사관계를 요건으로 하는 바람직한 노사관계의 구축은 우리나라 경제사회의 선진화를 위한 중차대한 과제이다. 문재인 정부가 지향하는 포용적 복지국가, 노동존중의 차별 없는 공정사회를 구축하기 위해서도 불가결한 과제라 할 수 있다.

과거 참여정부 초창기에 노사정위원회에서 노사관계를 혁신하기 위한 ‘노사관계발전전략’을 추진한 바 있지만, 기대한 성과를 거두지는 못하였다. 

노사관계의 틀을 혁신하여야 한다는 것은 더욱 절실한 과제로 대두되고 있으며, 노사관계를 보는 각계의 인식도 훨씬 높아졌다. ‘노사관계의 혁신’을 핵심적인 정책과제로 삼아 추진하도록 정부에 제안하고자 한다. 바람직한 노사관계를 구축한다는 것은 노사의 이해가 동반하는 과제이므로 노사가 참여하는 사회적 대화를 토대로 추진하기에 적합한 의제가 될 수 있다.

<이선 | 전 노사정위원회 상임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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