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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미세먼지 감축 대책의 일환으로 지난 6월 한 달 동안 노후 석탄발전소 중 전국 8기(충남 4기)의 가동을 중단했다.

환경부와 국립환경과학원은 지난 7월25일 충남지역 40개 지점에서 미세먼지 농도를 실측한 결과 지난 2년 평균치보다 15.4% 낮아졌으며(26→22㎍/㎥), 대기 모델링 결과 석탄발전소 가동중단에 따른 저감효과는 충남 전역에서 1.1% 낮아지고, 최대 영향지점에서는 3.3% 낮아졌다고 발표했다.예년과 비교해 미세먼지가 15.4% 감소했는데, 발전소 가동중단 효과만 분석하면 1.1% 감소했고, 최대 3.3% 준 곳도 있다는 사실상 개선효과가 거의 없다는 애매한 발표였다. 정부의 미세먼지 대책의 주요 정책이고 내년에도 가동중단이 예정되어 있는데 이번 환경부 발표는 몇 가지 면에서 대단히 유감스럽다. 충남 지역에서 정밀하게 측정하여 믿을 만한 분석 결과를 발표했을 것으로 믿었기에 황당하기까지 하다.

서울환경연합 회원들이 정부의 미세먼지 근본 대책을 촉구하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첫째, 환경부에 정보공개를 청구하여 답변받은 자료에 의하면 겨우 3개 지점을 측정한 결과로 충남 지역의 미세먼지 농도 변화를 산출했다. 더구나 지난 2년 평균치 산출 시 2015년의 경우는 단 한 곳의 측정자료만 활용하였다.

둘째, 더 놀라운 것은 표본 표집이다. 농도 변화를 산출한 세 지점은 각각 천안시 성황동과 세종시 신흥동, 세종시 아름동이다. 즉 보령화력에서 멀리 떨어진(70㎞ 안팎) 곳으로 가동중단 효과를 가장 적게 받는 세 곳을 선정한 셈이다. 이 세 지점이 충남을 대표한다니. 거리별로 더 많은 지점을 선정했어야 한다.

셋째, 농도 변화 산출이 이렇게 엉성하다면 발전소 가동중단 효과를 산출해냈다는 모델링 결과도 신뢰가 가지 않는다. 엉터리 자료를 입력했으면 엉터리 자료가 나왔을 것이므로. 비교기간에는 미세먼지 농도에 영향을 주는 기상 조건도 비슷하고, 중국발 미세먼지의 영향도 적은 시기이며, 다른 오염원의 배출량이 크게 감소했을 리도 없으므로 15.4% 개선효과 대부분은 발전소 가동중단 효과여야 하지 않겠는가. 그러나 예상과 달리 발전소 가동중단 효과는 1.1%에 불과하고 14.3%는 다른 요인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 14.3% 감소 요인을 밝혀야겠지만 환경부는 ‘다른 오염원의 영향 감소, 국지적 기상여건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너무나 막연한 설명을 내놓았다. 모델링이 엉터리임을 자인한 셈이다.

환경부는 다음과 같은 보도자료를 냈어야 정직한 발표가 된다. ‘올해 6월 한 달간 충남 천안과 세종의 세 지점 미세먼지 농도 실측 결과, 지난 2년 평균치보다 15.4% 낮아졌으며, 미세먼지 농도에 영향을 미치는 기상조건이 예년과 비슷했기 때문에 미세먼지 개선효과의 상당 부분은 노후 석탄발전소 가동중단에 의한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환경부는 이번 발전소 가동중단과 관련하여 신뢰도가 떨어지는 연구로 ‘미세먼지가 감소했지만 발전소 가동중단 효과는 거의 없다’라는 결론을 내린 셈이다. 국민은 환경부가 환경 가치를 우선시하고 다른 부처들이 지속가능한 정책을 펴도록 영향력을 행사하길 기대한다. 이런 역할을 하기 위해 신뢰도 높은 연구는 필수이다.

<신현기 | 당진환경운동연합 공동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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