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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월 5일 지면기사 내용입니다-

노동자는 오늘도 싸운다. 울산, 광화문의 고공농성장에서, 여의도에서, CU 본사 앞에서, 광주교육청에서, 사회보장정보원 앞에서, 삼성 본사 앞에서 노동악법 철폐와 블랙리스트 철폐, 고용보장, 진정한 사과, 산재인정 등을 위해 싸운다. 또한 최저임금 1만원을 위해 싸운다. 최저임금위원회 앞에서 싸우고, 경총에 올라가고, 단식을 하면서 최저임금 1만원을 절박하게 요구하고 있다. 그래서 이번 대선에 나선 주요 후보들은 시행시기는 다르지만 모두 최저임금 1만원을 달성하겠다고 약속한다. 그런데 정작 대통령 후보들 자신은 최저임금법을 지키고 있을까.

최저임금은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기 위해 법률로 정한다고 헌법에 명시돼 있다. 하지만 많은 사업장들이 잘 지키지 않고 있다. 고용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2015년 최저임금 위반 919건 중 19건(2%)만 사법처리를 하고 나머지는 시정조치에 그쳤다. 최저임금을 위반해도 사용자는 별로 처벌을 받지 않고 있는 것이다. 또한 사용자는 온갖 편법을 통해서 최저임금법과 최저임금 인상을 피해간다. 가장 흔한 방법이 서류상 휴게시간을 늘려 유급 노동시간을 축소하는 것이다. 경비노동자들에게 근로계약서를 다시 쓰게 하면서 실제로 일하는 시간은 똑같지만 서류상으로 휴게시간을 만들어서 최저임금 인상의 효과를 보지 못하게 하기도 했다. 다른 경우는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들어가지 않던 임금항목을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들어가는 것으로 임금항목을 변경하는 것이다. 모두 노동조건이 저하되는 것이고, 노동자들의 동의가 필요한 것이지만 고용에 있어서 약자인 노동자들은 알면서도 당하는 경우가 많았다.

최근에 문제라고 느낀 것은 국가에 의한 최저임금 위반이다. 얼마 전 장애인 활동보조를 하는 노동자에게 연락이 왔다. ‘장애인과 함께 병원에 가는 시간, 병원 내에서 이동하는 시간은 노동시간으로 인정이 되지만 의사에게 진료받는 시간은 노동시간으로 인정이 되지 않기에 바우처를 멈춰야 한다’는 것이다. 5시간가량 병원에 머물러도 2시간 반 정도밖에 인정되지 않기에 너무 억울하다고 했다. 이는 휴게시간을 늘려 노동시간을 줄이는 편법에 해당한다.

선거운동원 대상 최저임금법 위반은 더 명확하다. 공직선거법이 선거운동원에게 지급할 수 있다고 규정한 일당은 7만원 이하이다. 그런데 노동시간이 정해져 있지 않다. 실제로 하루에 10시간, 14시간 일을 하더라도 그냥 8시간이라고 치면 평일에는 최저임금(5만1760원)을 위반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주말은 연장노동이기에 가산임금이 적용돼야 한다. 8시간을 일한다면, 6470원×8시간×1.5(연장)=7만7640원이 된다. 휴일수당, 주휴수당 등을 고려하면 더 지급해야 한다. 주말에 대통령 후보들이 선거법의 틀에서 7만원 이하 급여를 지급하고 있다면 최저임금법을 어기는 것이다. 만약 이 최저임금을 지키게 된다면 7만원을 초과하여 지급하기 때문에 공직선거법 위반이 된다. 공직선거법 자체가 최저임금법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고 만들어졌던 것이다.

최저임금 인상뿐만 아니라 최저임금법 위반에 대한 철저한 감독과 제대로 된 처벌이 필요하다. 그리고 국가가 먼저 편법이나 법 위반을 멈추고 모순된 법과 제도를 바꿔야 할 것이다. 또한 휴게시간의 명확화, 노동조건 저하금지 등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그리고 사업(선거운동) 개시 후 14일 이내에 노동자(선거운동원)를 4대보험에 가입시키도록 하고 있는데, 대통령 후보들이 이를 제대로 지키고 있는지도 궁금하다.

최승현 노무사 노무법인 삶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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