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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들의 잔칫날인 노동절에 최악의 산업재해가 발생했다. 어제 오후 경남 거제 삼성중공업 선박 건조 현장에서 거대한 타워크레인이 쓰러지면서 노동자 6명이 숨지고 20여명이 중경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상자들은 대부분 휴무일에도 일터에 나온 삼성중공업 하청업체 직원들이다. 이날 사고는 타워크레인 구조물이 노동자들이 모여 있는 휴게실과 간이 화장실에 떨어지는 바람에 인명 피해가 컸다. 공중에 수십톤짜리 무거운 쇳덩이가 움직이는 곳에 휴게실을 설치한 안전 불감증이 대형 참사로 이어진 것이다. 조선소에서는 크레인이 움직일 때 옆 크레인과 부딪치지 않도록 사이렌을 울리거나 신호수가 크레인 작동을 조절하는데 어찌된 영문인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언제까지 이런 후진국형 산재로 노동자들이 목숨을 잃어야 하는지 안타깝다. 고인들의 명복을 빈다.

1일 오후 2시50분쯤 경남 거제시 삼성중공업 내 선박건조장에서 타워크레인과 골리앗크레인이 충돌해 부러진 잔해물이 건조 중인 선박 바닥에 떨어져 있다. 이 사고로 노동자 6명이 숨지고, 25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경남소방본부 제공

한국의 산재사망사고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다. 지난 15년간 산재 사망 노동자가 3만5968명이니 하루 7명의 노동자가 산재로 사망한 셈이다. 산재로 인한 경제적 손실도 연간 20조원에 이른다. 그러나 현장에서 산재가 은폐되는 경우가 많아 실제 피해자나 피해액은 이보다 훨씬 많다. 특히 근래에는 기업이 위험한 일을 외주화하면서 하청업체 비정규직이나 파견직 등 취약계층 노동자에게 산재가 집중되고 있다. 지난해 서울지하철 2호선 구의역 스크린도어를 고치다 사망한 19세 김모씨나 고층 아파트 에어컨 실외기를 수리하다 추락사한 노동자도 모두 하청 노동자였다. 이번 사고도 삼성중공업 정규직은 노동절이라 대부분 쉬었지만 하청업체 직원들은 공기를 맞추기 위해 휴일도 없이 작업을 하다 변을 당했다.

산재공화국의 오명을 벗기 위해서는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산재를 막는 것이야말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일이다. 무엇보다 노동자들의 목숨을 가벼이 여기는 기업주와 이를 방치한 공무원들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 현행 법체계로는 산재가 발생해도 경영자에게 형사책임을 묻기 어려워 중간관리자에게 가벼운 처벌을 내리는 데 그치고 있다. 영국과 캐나다 등은 인명 사고에 경영책임자와 기업의 형사책임을 묻는 이른바 ‘기업살인법’을 시행하고 있다. 아울러 위험 업무의 외주화를 금지하고, 병원 신고제 등으로 산재 은폐를 원천 차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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