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대한민국은 왜 임기가 끝난 후 국민들로부터 환송을 받으면서 물러나는 대통령다운 대통령을 가질 수 없을까? 자신과 측근의 이익에만 충실한 지도자 말고 먼 미래를 내다보는 혜안을 지닌 지도자를 왜 대한민국은 가질 수 없는 것일까?

대한민국 건국 이래 모든 대통령이 18세기 이탈리아 정치가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은 한번쯤 읽었을 것이다. 우리 대통령들은 비난 따위는 개의치 말고 이익에 근거해 권력을 확보하고 유지하라는 마키아벨리의 조언은 충실히 따르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우리의 대통령들은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을 한번만 읽었든지 아니면 누가 정리해 준 요약본만 읽었음에 틀림이 없는 것 같다.

마키아벨리가 지도자라면 비난은 받더라도 국민의 미움을 받아서는 절대로 안된다고 그토록 경고하고 있건만 우리의 대통령들은 자신에 대한 비난이 미움으로 발전하는 것을 통제하지 못했다.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공동체 활동가로 활약하던 젊은 시절 마키아벨리를 읽고 가르친 적이 있다. 그렇다고 멋지게 물러나는 오바마를 이익만 추구했던 현실주의자로 기억하는 미국인은 아마 없을 것이다. 대통령에게는 균형이 중요하다. 다양한 국민들의 의견을 들어보고 최선의 판단을 하는 것은 대통령의 몫이다. 이는 그 누구에게도 맡길 수 없는 것이다. 그러라고 국민들이 뽑아준 자리가 아니던가?

세상에는 다양한 대통령의 모습이 존재하지만 이들이 정권을 잡은 후 제일 먼저 하는 고민은 국민들과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하고 어떻게 협치를 이룰 것인가이다. 사람들은 대부분 사랑과 두려움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즉 사랑과 두려움을 잘 활용하면 국민은 대개 정부가 원하는 방향으로 행동하게 된다. 마키아벨리는 이와 같은 질문을 국민의 사랑을 받는 대통령이 좋은가, 아니면 두려움의 대상이 되는 대통령이 좋은가로 대신한다. 우리는 상황에 따라서는 사랑도 사용하고 두려움도 사용할 수 있는 대통령을 원한다. 마키아벨리가 조언한 대로 어중간한 태도를 피하라는 말을 오직 두려움으로만 국민을 옥죄라는 말로 대치해서는 좋은 대통령이 나올 수가 없다.

우리가 이해하는 현실주의자들은 이익이 중요하다고 보고, 이상주의자들은 명예가 조금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일반인들에 있어서도 이익과 명예는 둘 다 소중하다. 그러나 지도자라면 소중한 정도가 일반인들과는 분명 다르고 달라야만 한다. 왜냐하면 실패한 지도자는 국민들에게 쓰라린 아픔을 주기 때문이다.

성공한 지도자와 실패한 지도자의 차이는 이익과 명예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잡았느냐가 결정한다. 사실 사랑과 두려움을 균형 있게 활용한다고 좋은 지도자가 될 수는 없다. 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그렇게 쉬운 것은 아닐 것이다. 마키아벨리 역시 사랑을 사용하는 지도자는 경멸을 받게 되면 파멸하고, 두려움을 사용하는 지도자는 미움을 받게 되면 파멸한다고 <군주론>에서 언급했다.

다른 사람의 사랑을 받는 것은 내 맘대로 안되는 일이지만 두려움을 느끼게 하는 것은 얼마든지 내 맘대로 할 수 있는 일이다. 대한민국의 지도자들은 당선 후 내 맘대로 할 수 있는 쪽을 택했다. 현실주의에서는 사람들은 최고의 이익을 추구하는 존재이기 때문에 아무리 사랑을 베풀어도 이해관계가 어긋나면 손바닥 뒤집듯이 배신한다고 한다.

결국 마키아벨리를 대충 읽은 한국의 지도자들은 사랑과 두려움 사이의 균형을 잃고 두려움만을 쓰는 쪽을 택한 데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여태껏 대한민국은 한번도 미움을 받지 않으면서도 두려움을 느끼게 하는 지도자를 만나 본 적이 없다.

예정된 19대 대통령 선거일은 2017년 12월20일이다. 선거가 앞당겨질지 예정된 날짜에 진행될지는 아직 결정된 바 없다. 문제는 사랑받지 못하는 지도자로부터 국민들이 느끼는 배신감과 피로감이다. 한때 국민과 영광을 같이했던 조선소 128m 골리앗 크레인이 해체되어 고철값으로 루마니아로 팔려갔다. 한국판 ‘말뫼의 눈물’이 현실화된 것이다. 지금으로서는 어떤 두려움을 주는 지도자도 이를 해결할 수 없다. 대한민국이 제자리를 찾으려면 우선은 사랑받는 지도자가 나와야 한다.

이종서 중원대 인문사회연구소 연구교수

댓글
최근에 올라온 글
«   2024/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