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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저히 장관님과 맞닿을 길이 없어 공개 청원을 하게 되었습니다. 새해 정부예산에 예술인복지금고 100억원이 책정되었다는 소식에 너무 기뻤습니다. 예술인이 주인의식을 갖고 요구할 수 있는 금고가 생긴 것이라 얼마나 든든한지 모릅니다. 예술인들은 창작 활동을 열심히 하고 있지만 직장이 없는 베짱이 취급을 받아서 재직증명서도 없고, 고용보험도 없기에 제도권 안에서 실시되는 모든 서비스의 대상자가 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예술인복지법이 제정되었을 때 장애예술인들은 이제야 숨통이 트이겠구나 싶었지만 예술인증명제도라는 높은 벽이 가로막혀 있어서 가슴을 치며 돌아서야 했습니다. 우리들만의 법을 만들어야겠다 결심하고, 장애예술인지원법률을 2016년 11월에 발의하여 2017년 11월에 국회 교문위에서 공청회를 열었지만 그때 의원님들이 하나같이 장애예술인이 몇 명이며, 장애예술인 창작 활동의 수준을 신뢰할 수 없다는 지적을 하시어 피눈물을 흘리며 공청회장을 나왔습니다. 충분히 이해합니다. 장애인예술을 접할 기회가 없었던 분들이니 평가 또한 야박하실 수밖에 없습니다.

그때부터 장애예술인 창작 수준을 증명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다가 일정 기준을 갖춘 장애예술인의 경력을 제시한 ‘장애예술인수첩’을 만들었습니다. 수첩에는 343명의 개인과 82개 장애인예술 단체에 대한 예술 활동이 기록돼 있는데 수첩 등재 장애예술인들을 분석하여 아주 의미 있는 결과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장애예술인의 데뷔 방식은 공모입상이 62%로 정상적인 양태를 보였고, 비장애인들과 경쟁하는 일반공모도 56%나 되어 실력 면에서 결코 뒤지지 않았습니다. 그 이유는 대학졸업 학력 장애예술인이 50.4%로 2015년 예술인실태조사에 나타난 예술인의 대졸 학력 58.0%와 별 차이 없다는 것으로 설명이 될 듯합니다.

이제 장애예술인 인구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한 박사학위 논문에 의하면 장애예술인을 적게는 1만여명 많게는 5만여명이라고 추산하였는데, 활동하고 있는 장애예술인은 1만여명으로 보고 있습니다.

수첩을 만들기 위해 적어도 1000여명과 통화를 하였는데 한동안 언론에서 주목을 받던 장애예술인들이 먹고살아야 하기에 활동을 접었다고 하면서 기회가 되면 다시 무대에 서고 싶다며 예술인으로서의 삶을 갈망하고 있었습니다.

바네스는 소수자 예술 활동이 주류 사회의 가치를 적극적으로 변화시킨다고 하였습니다. 우리 장애예술인들은 이미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저희한테도 기회를 주십시오. 343명 모두 예술인증명제도로 예술인이라는 자존감을 갖게 해주십시오. 우리 장애예술인들에게도 발표의 기회를 주십시오. 그것이 바로 장애예술인의 일자리 창출입니다.

<방귀희 | 한국장애예술인협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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