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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독일이 컨페더레이션스컵에서 우승했다. 차범근 선수가 1980년대 독일 레버쿠젠 선수로 뛰고 있을 때 백업 공격수였던 독일 대표팀 뢰브 감독은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 우승한 지 3년 만에 또 한 번 우승을 이뤘다. 놀라운 것은 이번 대회 독일 대표팀의 면면을 살펴보면 사실상 2군 선수들이라는 점이다.
뢰브 감독의 용병술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세대교체이다. 2006년 감독에 부임해 젊은 선수를 대거 기용했는데, 이들은 강한 체력과 몸싸움의 전통적인 축구 스타일에서 벗어나 창의적이고 빠른 축구를 보여주었다. 이러한 세대교체의 저변에는 분데스리가 1부와 2부 리그의 팀들이 운영하고 있는 유스아카데미가 있다.
이러한 독일 축구의 생태계를 우리 금융산업에서도 받아들이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의 금융산업도 전환기를 맞이하고 있다. 금융·보험산업 인력 현황 보고서를 보면 2016년 금융·보험 종사자 수가 2012년에 비해 8000명 감소했다. 이렇게 많은 감원이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대다수의 사람들이 그 이유를 핀테크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금융업계의 인원 축소 이유는 자체적인 정보기술(IT) 투자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은행만을 보면 전산자본으로 2012년부터 2015년까지 3조원 넘게 투자되었고, 2000년부터 16년간 계산하면 13조원이 넘는다. 흔히 소프트웨어에 대한 투자는 전산자본 투자로 파악되지 않는 점을 고려하여 전산예산의 규모를 살펴보면, 전산예산은 2012년부터 2015년까지 은행만 8조5000억원이 넘게 투자되었고, 2000년부터 16년간은 31조원이 지출되었다.
그렇다면 지속적으로 혁신을 거듭하는 IT들로 인해 퇴직한 금융권 종사자들은 어디로 가야 할까? 이쯤에서 독일 축구로 다시 돌아가 본다면 독일 축구산업 현장에서는 1군에서 물러난 선수는 2군에서 자리를 얻든지 아니면 유스아카데미의 코치로 갈 수 있다. 아니면 축구 관련 사업을 시작하기도 한다. 독일 대표팀의 뢰브 감독과 같이 선수생활 당시 큰 주목을 못 받았어도 코치 생활을 거치면서 축구 강국의 대표팀 감독이 될 수 있다.
그렇다면 금융산업에서는 어떻게 적용해야 할까? 필자는 핀테크 산업이라고 생각한다.
몇 년 전 한 기사에서 다룬 어느 P2P 업체의 이야기를 언급하자면, 이 P2P 기업의 사장은 은행에서 근무할 당시 자신의 체질에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하여 은행을 그만두고 창업하게 되었고, 그 사장의 아버지 역시 은행에서 30년 넘게 근무한 은행원이었는데 딸의 사업을 돕기 위해 현재 고문 역할을 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이처럼 금융회사를 퇴직한 사람은 핀테크 기업을 만들거나 핀테크 기업에서 직장을 얻을 수 있다.
최근 핀테크 기업으로 옮기고 싶어 하는 은행원들이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시중은행이 인재를 채용할 때 제출 서류, 출신 대학, 학과를 보고 뽑지 않고 자사에서 운영하는 핀테크 아카데미나 기존의 핀테크 기업에서 실력과 인성을 가진 인재를 등용하는 것이 어떨까?
요컨대 필자는 핀테크가 현재 금융산업의 지점과 인원을 감소시키는 역할을 하기보다는, 오히려 기존 금융사의 2군이나 아카데미와 같은 역할을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핀테크가 금융산업의 일자리 생태계를 만들어 금융산업의 경쟁력을 향상시킬 것이다.
강임호 | 한양대 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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