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고대 그리스 사람들은 지중해 인근 지역이 세상의 전부인 줄 알았다. 헤로도토스의 <역사>를 보면 당시 사람들에게 세계는 그리스를 중심으로 북으로는 도나우강 이북, 동으로는 인도, 남으로는 북부 아프리카, 서로는 스페인 정도였다. 이 너머는 바다라고 생각했다. 아메리카, 중국, 사하라사막 이남 지역은 존재하지 않았다. 중국의 세계관은 ‘천원지방’이라는 인식에 기초한다. 하늘은 둥글고 땅은 모나다는 것이다. 한나라 시대 주비가는 “하늘은 수레 덮개를 펼친 것과 같은 원형이고, 땅은 바둑판과 같은 방형”이라고 믿었다. 후대 들어 하늘과 땅이 지닌 양과 음의 도를 표현한 것이라고 했으나, ‘땅은 네모나다’는 인식은 면면하다. 이 같은 사고의 틀 안에 세계지도가 만들어졌다.
지리상의 발견과 바다 끝이 벼랑이 아니라는 깨달음이 있은 뒤 세계지도는 실제 모습을 닮아갔다. 하지만 구형인 지구를 평면에 옮기는 과정에서 왜곡은 어쩔 수 없었다. 근대 지도를 기초한 네덜란드 지리학자 메르카토르가 고안한 지도는 항해하기에 효율적이며 모양도 좋다. 하지만 위도가 높아질수록 왜곡이 심해진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면적을 실제와 가깝도록 한 지도(피터스 도법)가 만들어졌으나 이번에는 길쭉한 땅 모습으로 왜곡됐다. 설사 정확한 지도가 만들어진다 해도 각국이 그걸 곧이곧대로 쓸지 장담할 수 없다. 한국에서는 한국이 중심에 위치한 세계지도를, 유럽에서는 영국 그리니치 천문대가 중심에 있는 지도를 사용한다. 오스트레일리아는 더 극단적이다. 세계지도를 뒤집어 오스트레일리아가 상단 중앙에 있는 것을 사용한다.
해양수산부는 어제 해양강국의 비전을 알리고 바다의 가능성에 대한 관심을 높이기 위해 ‘거꾸로 세계지도’를 만들었다고 발표했다. 오스트레일리아의 것과 유사한 지도다. 해수부가 1996년에 내놓은 것을 보완해 새로운 해양영토로 주목받는 남극대륙과 북극해를 넣었다고 한다. 지도는 지리학적인 지식뿐 아니라 가치관, 세계관을 반영한다. 20여년 전 해수부가 수산청에서 승격할 때도 ‘거꾸로 지도’를 내놓았다. 그때도 해양강국을 만들겠다고 했다. 해양강국은 지도를 거꾸로 해서 될 일이 아닌 게 분명하다. 발상을 바꿔야 한다.
박종성 논설위원
'일반 칼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최희원의 IT세상]아이폰 안면인식이 오싹한 이유 (0) | 2017.08.10 |
---|---|
[기고]독일 축구, 금융산업, 핀테크 (0) | 2017.08.09 |
[이유미의 나무야 나무야]산수국, 과시와 진정성 사이 (0) | 2017.08.08 |
[속담말ㅆ·미]‘북어와 계집’ (0) | 2017.08.08 |
[여적]녹지 않는 아이스크림 (0) | 2017.08.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