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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9일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을 내놨다. 국민 의료비 부담을 낮추고, 고액 비급여 진료비로 인한 서민 가계의 파탄을 막겠다는 취지다. 미용·성형을 제외한 초음파·자기공명영상(MRI)·로봇수술 등 3800여개 비급여 진료 항목을 급여로 전환해 2022년까지 건보가 진료비의 70%를 보장하겠다는 게 대책의 골자다. 정부는 또 소득 하위 30% 계층의 본인부담 상한액을 연간 100만원 이하로 낮추고, 선택진료제를 폐지하기로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서울성모병원에서 대책을 직접 발표하면서 “국민의 건강을 지키는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겠다”고 했다.

출처: 경향신문DB

정부가 건보 보장률을 70%로 끌어올리겠다는 것은 평가할 만하다. 비급여 진료비는 2009년 6조2000억원에서 2014년 11조5000억원으로 2배가량 늘었는데도 같은 기간 건보 보장률은 65%에서 63%로 되레 낮아졌다. 한국의 건보 보장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인 80%에 한참 못 미친다. 반면 가계의 직접 부담 의료비 비율은 36.8%로 OECD 회원국 평균(19.6%)의 2배에 육박한다. 낮은 건보 보장률과 고액 비급여 진료비로 서민 가계의 부담이 갈수록 가중되고 있는 것이다. 시민사회단체들이 “정부가 보장률 목표치를 70%로 설정한 것은 문 대통령의 대선 공약에서 후퇴한 것”이라고 비판하고 나선 것도 그런 연유에서다.

정부는 건보 보장률을 높이기 위해 30조6000억원을 투입할 방침이다. 건보료 인상폭을 지난 10년간 평균치인 3.2% 수준으로 유지하면서 20조원에 달하는 적립금을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 건보 적립금은 2023년 고갈이 예정돼 있어 국고 지원을 늘려야 한다. 국민건강보험법상 보험료 예상 수입액의 20%를 국고에서 14%, 국민건강기금에서 6%를 지원받도록 돼 있다. 하지만 기획재정부는 매년 예상 수입액을 적게 추정해 국고 지원을 10조원 넘게 줄여왔다. 비급여 항목의 급여화가 이뤄지면 민간 보험사들의 실손보험료 인하가 불가피하다. 그렇지 않으면 대기업 계열 보험사의 배만 불려주는 결과를 낳게 된다.

정부는 건보 보장률을 지속적으로 높여야 한다. 그건 소득분배 기능을 갖고 있는 사회보험인 건보를 통한 의료 불평등을 해소하는 방안이기도 하다. 정부는 건보 보장성 강화가 헛공약이 되지 않도록 구체적인 실행방안 마련에 주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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