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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의 촛불이 한국 민주주의를 다시 살리고 있다. 매일 드러나는 어처구니없는 국정농단은 분노를 넘어선 지 오래며, 그동안 궁금했던 국가사업의 파행 이유도 설명해 주고 있다. 동계올림픽 준비과정에 대한 궁금증도 이제야 대략 풀려가고 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권유한 도시 간 국내 시설을 활용한 분산 개최, 일본과 북한의 동계시설 연계와 공동 개최를 통한 세계적 주목의 기회 등 그동안 진행되던 논의가 더 진전되지 못했다.

여러 가지 아쉬움이 남지만 민주주의를 발전시키는 작업과 함께 동계올림픽을 위한 준비도 해야 한다.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은 지역의 재생, 재개발뿐만 아니라 도시가 세계적으로 재평가받는 계기가 됐다. 올림픽 이후 방문하는 관광객은 두 배로 증가했다(나고야학원대학 종합연구소, 2012). 평창을 비롯한 강원도 역시 이번을 계기로 세계에 강원도 관광을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정부도 지방관광을 활성화하기 위한 사업에 개최지 세 곳인 평창·강릉·정선을 포함시켜 지원하고 있다.

평창 동계올림픽 홍보대사인 피겨여왕 김연아(왼쪽에서 세번째)가 9일 강원도 강릉하키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 동계올림픽 G-1년 기념행사에서 성화봉을 성화주자 유니폼을 입은 상대에게 전달하고 있다. 이날 처음 공개된 성화봉은 전통 백자에서 모티브를 얻은 유려한 라인에 눈과 얼음을 상징하는 흰색을 사용했다. 손잡이에는 사람들이 손을 맞잡은 디자인 패턴을 활용해 전 세계인들이 성화봉송의 여정을 함께한다는 의미도 함축했다. 강릉 _ 사진공동취재단

올림픽을 계기로 강원 관광이 활성화되려면 오히려 서울의 역할이 중요하다. 2000년 시드니가 올림픽을 개최할 때 수도인 캔버라는 ACT 2000 위원회를 구성해 올림픽을 지원하고 관광효과를 높이기 위한 연계 마케팅을 추진했다. 제2영동고속도로와 고속열차 신설은 강원도에 대한 접근성을 높여줄 것이다. 특히 서울 청량리∼평창 진부역은 58분 정도로 단축되면서, 서울은 동계올림픽의 배후도시가 될 것이다. 배후도시는 국제화된 관광 매력과 편의시설을 갖추고 올림픽 개최도시를 공간적·기능적·개방적 차원에서 지지·지원함으로써 올림픽 선수단, 관계자 및 관광객의 관광 욕구를 보완해줄 수 있는 도시를 의미한다. 배후도시로서 서울은 두 가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먼저, 플랫폼 역할로서 관광객과 시민에게 올림픽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직접 방문하도록 붐업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올림픽 관광 협력 네트워크를 확대하고 공동 마케팅을 실시할 필요가 있으며, 미리 보는 올림픽 미니-베뉴(mini-venue) 조성과 동계스포츠 체험 이벤트 및 서울축제를 연계하고, 새롭게 만들어지는 서울로 7017(서울역고가 보행로) 등을 활용한 관광상품도 개발해야 한다. 올림픽 관광지도와 정보 제공, 서울패스에 대한 올림픽 관람자 할인혜택 등 실질적인 정책도 시행해야 한다.

두 번째는 관광의 개방성을 높이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장벽 없는 관광의 선진화를 위해 인증제도, 숙박, 정보 제공, 저상버스 등을 확대하고, 장애인을 포함한 ‘모두를 위한 관광’을 위해 인프라와 문화를 혁신시켜야 한다. 해외 청소년과 소외계층의 올림픽 경기 관람을 지원하면서 서울 관광을 연계하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해외 장애인과 청소년에게 장애인증과 청소년증을 발급해 주차와 입장 혜택을 주기 위한 제도 개선도 필요하다.

1년여 남은 평창 동계올림픽을 어떻게 치러내고, 목표로 했던 성과를 어떻게 이뤄낼 것인가가 과제이다. 강원도의 이벤트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이벤트로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지역 간 관계와 연계가 중요하다. 특히 서울은 메가 배후도시로서 올림픽을 지원해야 한다. 협력과 연계 관광정책을 통해 평창 동계올림픽의 관광성과를 적극 견인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전략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

이훈 |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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