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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용품에서 라돈의 건강위험 공포가 끊이질 않는다.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가습기 살균제 참사를 겪었지만 정부 대응은 달라진 게 없다. 대진침대 매트리스, 까사미아 매트 등에 이어 입주 아파트 실내에서도 방사성물질인 라돈이 허용기준을 훨씬 넘는 수준으로 검출되었지만 정부의 체계적인 대응이 없다. 의도적으로 방사성물질을 섞어서 만든 제품, 시설 등에서 라돈이 발생되고 있다. 라돈 발생 생활제품이나 시설물 전수조사, 노출 또는 사용 규모 파악 및 건강위험 추적 등 누구나 쉽게 생각할 수 있는 대책조차 볼 수가 없다. 라돈이 일으키는 폐암 등 치명적인 건강위험과 어린아이, 노인, 환자, 임산부 등 민감 집단을 포함한 상당수 시민들의 과다한 라돈 노출 가능성을 고려할 때 이해할 수 없다.

라돈은 흡연 다음으로 폐암을 많이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가마다 차이가 있지만, 전체 폐암 발병의 3~12%가 라돈 때문이라 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폐암 사망자 중 담배를 피운 적 없는 사람의 23%, 피운 사람의 11%가량이 라돈 노출 때문이라 발표했다. 최근 소아 백혈병을 일으킨다는 연구도 많이 보고되고 있다. 신장암, 피부암, 뇌암 등과의 연관성을 주장하는 연구들도 있다.

1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원자력안전위 등 5개 기관 국정감사에서 송희경의원이 라돈측정기를 들고 질의하고 있다. 김기남 기자

우리나라에서만 매우 높은 농도의 라돈을 발생시키는 모나자이트를 의도적으로 넣은 침대, 매트 등 실내 생활제품을 10년 넘게 판매했다. 음이온이 건강에 좋다는, 근거 없는 유사과학을 이용한 제품이었다. 모나자이트에 들어 있는 방사성물질은 정확히 얘기하면 토론(thoron, Rn220)으로 라돈(Rn222)과 원자량이 같은 동위원소이다. 이 물질은 토론 함량이 g당 40~600베크렐(㏃) 정도로 천연 광물 중 가장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방사성물질은 호흡기 등 침착된 조직에서 안정화될 때까지 계속 딸 핵종으로 붕괴하면서 내놓는 알파에너지들이 세포 DNA를 파괴함으로써 암 등 건강영향을 일으킨다. 인체 내에서 딸 핵종들이 제거될 시간이 거의 없고 호흡기는 물론 다른 조직에까지 이동해 건강위험을 일으킬 수 있다.

모나자이트를 넣어 만든 생활제품은 기업의 의도적 위험 생산이다. 정부는 분명한 건강위험 제품을 사전에 차단하지 못하고 허가했지만 기업 처벌, 제품 수거, 시민 건강영향 파악 등 대응은 신속히 제대로 해야 한다. 모나자이트가 들어간 생활제품 종류는 물론 그 수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시민들은 모나자이트 사용 제품이 어떤 것인지 알 수 없다. 모나자이트를 이용한 음이온 특허제품만 수십만개에 이른다는 소문만 무성하다. 라돈 등 방사성물질은 사람이 볼 수도 없고 느낄 수도 없어서 노출을 인식할 수 없어 무섭다.

미국, 영국 등 선진 외국과 비교하면 우리나라 생활 속 라돈 관리 대책은 거의 없는 형편이다. 정부는 생활 속 라돈 관리 종합대책을 세워야 한다. 전국을 대상으로 자연적으로 라돈이 높게 발생하는 지역 조사, 방사성물질이 들어간 건축 재료와 생활제품 현황 파악과 해결 방안 등이 모두 포함되어야 한다. 원자력발전소 방사성물질 관리 중심의 대책과는 차원이 다른 전문성과 거버넌스가 필요하다. 감염과 급성 건강영향처럼 눈앞에 보이지 않는다고 소홀히 해선 안된다.

라돈 사태는 사회 문제가 된 지 몇 개월이 지났는데도 공적 영역에서 진행되는 대책이 협소하거나 사실상 없다. 개인이 감당해야 할 위험으로 내버려 두고 있다. 시민들이 라돈 농도를 측정하고 건강영향이 어느 정도일지 불안해하고 있다. 얼마나 생활용품 건강위험 참사를 겪어야 예방과 신속한 대응이 구조적으로 이루어지는 정부 거버넌스를 가질 수 있을까? 아직 갈 길이 멀다.

<박동욱 | 방송통신대학교 교수 환경보건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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