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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은 규범의 하나로서 법률·명령·조례·규칙 등 다른 규범들과 구분되는 특색을 가진다. 이를 헌법의 ‘규범적 특질’이라 부른다. 이 특질들 중에 헌법의 ‘수권규범성’과 ‘권력제한규범성’이 있다.

헌법 제40조는 “입법권은 국회에 속한다”고 규정하고 제66조 제4항은 “행정권은 대통령을 수반으로 하는 정부에 속한다”고 규정하며 제101조 제1항은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들 조항은 권력분립원리의 헌법상 근거조항인 동시에, 입법권·행정권·사법권이라는 중요한 권한들이 각각 어느 헌법기관에 주어지는지를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이 대목에서 헌법은 헌법기관들에 ‘권한을 준다’는 의미에서 ‘수권(授權)’규범이 된다. 헌법의 이 ‘수권규범성’에서 논리필연적으로 따라나오는 것이 헌법의 ‘권력제한규범성’이다. 수권규범으로서의 헌법이 그 헌법기관에 부여한 권한 이외의 권한을 행사하는 것은 위헌이 된다는 측면에서, 헌법은 헌법기관의 월권 및 권한 남용을 방지하는 ‘권력제한규범’이 되기 때문이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11일 국회에서 열린 교육부, 국사편찬위원회 등 7개 기관 국정감사에서 위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권호욱 기자

따라서 헌법기관의 권한 행사에 관해 규정하고 있는 헌법규정들은 엄격하고 좁게 해석되어야 한다. 헌법이 수권한 권한 이외의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고 헌법의 권한조항들을 해석하는 것은 헌법의 권력제한규범성에 위배되는, 위헌적인 헌법의 ‘확대해석’이라 볼 수밖에 없다.

최근 교육부총리 임명과 관련해 국회 인사청문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은 상태에서 교육부총리가 임명되자, 두 야당이 국무총리 임명뿐만 아니라 부총리 임명 시에도 국회 동의를 얻도록 국회법과 인사청문회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이러한 법 개정은 법 개정의 정치적 필요성과는 별론으로, 합헌 여부의 판단에서 위헌일 가능성이 높다.

행정부 고위공직자들에 대한 임면권은 헌법에 의해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에게 주어져 있다. 그러나 우리 헌법은 이러한 대통령의 고위공직자 인사권이 민의를 반영하여 합리적으로 행사되도록 고위공직자의 임명에 국회의 견제권을 부여하고 있다. 이것이 제도화된 것이 국회법이나 인사청문회법에 규정된 인사청문제도이다. 주목할 점은 이 고위공직자의 국회 인사청문은 두 가지로 이원화되어 있다는 점이다. 대통령의 임명 전 국회 동의를 요하는 인사청문과, 임명 전 국회 동의를 요하지는 않지만 헌법이 아닌 국회법 등 법률에 의해 국회 인사청문을 거치게 하는 인사청문이 그것이다. 전자는 국회 인사청문특별위원회에서 하고 후자는 국회의 소관 상임위원회에서 하도록 국회법에 규정되어 있다.

우리 헌법은 대통령이 임명하는 고위공직자 중 국무총리, 대법원장, 대법관, 헌법재판소장, 감사원장에 대해서는 국회 동의를 얻도록 하지만, 장관, 즉 국무위원은 국무총리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하게 할 뿐 국회의 동의를 요하게 하고 있지 않다. 대통령을 보좌하며 대통령의 명을 받아 행정 각부 전체를 통할하는 국무총리와, 개개 행정 각부의 장인 장관의 무게를 달리 보면서, 국회의 대통령 인사견제권의 강도도 달리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국무총리에 대해서는 국회 본회의의 동의안 표결 통과를 요구하면서, 장관에 대해서는 인사청문 과정에서 국민의 참여를 실현하고 국민 여론에 의한 검증을 받게 할 뿐 국회에 임명 동의권까지 주고 있지는 않다.

더욱이 ‘부총리’는 헌법상의 용어도 아니다. 헌법에는 ‘국무총리’와 ‘국무위원’ 및 ‘행정 각부의 장’이라 규정되어 있을 뿐이다. 경제부총리가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고 국가 경제정책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며, 교육부총리가 교육뿐만 아니라 사회복지, 고용, 문화정책 전반을 조정한다고 하더라도 헌법하에서는 ‘부총리’도 한 명의 국무위원이자 장관으로서 국회 동의 없이 법에 규정된 국회 인사청문을 거쳐 임명하게 되어 있는 것이다. 또한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 이후에 채택하는 인사청문보고서는 공직후보자 임명에 참고자료일 뿐 대통령을 법적으로 구속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국회 ‘동의’와 다르다.

결론적으로 장관인 ‘부총리’에 대해 국회의 동의권을 인정하는 법률을 만들면 그것은, 헌법기관의 권한조항에 대해서는 헌법의 ‘권력제한규범성’에 근거해 좁고 엄격하게 해석해야 한다는 헌법해석의 원칙에 비추어 봤을 때, 헌법의 확대해석하에 만들어진 법률로서 위헌이 될 가능성이 높다. 국회가 대통령의 고위공직자 임명에 대한 국회의 견제권을 꼭 강화하고 싶으면, 법 개정을 할 것이 아니라 국민들의 뜻을 묻고 널리 수렴해서 개헌으로 나아가야 한다. 개헌 사항인지, 법 개정 사항인지는 정확히 구분되어야 한다.

<임지봉 |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헌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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