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면세점 특허와 관련한 논란이 확산되면서 자칫 국내 관광산업의 위축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관광산업에서 면세점이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그동안 우리나라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 중 절반가량이 ‘쇼핑’ 때문에 방한했다는 통계가 이를 뒷받침한다.

쇼핑 관광객을 지칭하는 이른바 ‘투어리슈머’들에게 한국은 화장품부터 주얼리, 의류, 전자기기 등 최신 인기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는 매력적인 쇼핑 여행지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쇼핑 관광의 중심에는 세계 면세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한국형 면세점이 있다.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는 물론 한류 팬들을 만족시키는 국내 브랜드도 망라돼 있어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한국관광공사가 발표한 ‘2015년도 외래관광객 실태조사’에 따르면 외국인 관광객들은 ‘시내면세점’(41%)을 가장 선호하는 쇼핑 장소로 꼽았다. 면세점의 외국인 관광객 유치 효과가 큰 이유이다. 롯데면세점 한 곳에서만 지난 5년간 500만명의 외국인 관광객을 직접 유치했을 정도이다.

하지만 이에 자극받은 각국 면세사업자들이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등에 업고 면세산업 투자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어 이러한 성장이 앞으로도 계속될지 미지수다. 현실에 안주해 고객 서비스 혁신과 브랜드 차별화를 통한 경쟁력 확보에 실패하면 한국을 찾는 투어리슈머들은 언제든 발길을 돌릴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고 더 많은 관광객을 유치하려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면세점을 더욱 육성하고 이들이 관광객 유치에서 저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독려해줘야 한다.

면세점 선정 기준의 핵심은 무엇보다 ‘경쟁력’이다. 대규모 자금이 투자되는 사업 특성상 막대한 재고부담 능력, 물류 인프라와 운영 노하우, 외국인 관광객 유치 역량, 명품 브랜드 협상력 및 유치 능력 등이 필수다. 이를 갖추지 못한 채 무작정 사업에 뛰어들 경우에는 실패할 확률이 높다. 면세사업이 더 이상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아니라는 점이 현실에서 입증되고 있다. 최근 신규 면세점들의 손실이 커지는 것은 비단 개별 기업만의 문제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국내 관광산업에까지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이다. 최근 저가 쇼핑 관광의 문제점으로 지적돼온 과도한 송객수수료나 무자격 가이드 논란도 결국 불법과 편법을 동원해 무리하게 매출을 끌어올리려다 발생한 부작용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쇼핑 관광과 면세점은 그 자체로 관광자원이 미약한 우리나라 관광산업의 중요한 요소다. 관광은 고용과 경제 효과가 높은 서비스산업으로 앞으로도 정부 차원의 정책적 지원이 필요한 부분이다. 우리나라 관광의 질적 성장과 관광 수용태세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도 이번 면세점 특허 심사는 전문가에 의한 투명하고 공정한 절차를 거쳐 경쟁력 있는 사업자를 선정하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할 수 있을 것이다.

서원석 | 경희대 교수·호텔관광학

댓글
최근에 올라온 글
«   2024/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