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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다. 12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AI 의심 신고 52건 중 43건이 고병원성(H5N6형)으로 확진됐고, AI 발생 농가는 전국 127곳으로 늘었다. 지난달 16일 전남 해남과 충북 음성에서 AI가 처음 발생한 이후 27일 만에 고병원성 AI로 확진됐거나 예방 차원에서 살처분된 닭·오리 등 가금류는 1000만마리가 넘는다. 현재 추세대로라면 올해에는 역대 최단 기간 내 최대 피해 기록을 경신하게 된다. 살처분에 따른 보상금 소요액만도 350억원에 이른다.

11일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방역에 나선 경남 창원시 공무원들이 의창구 주남저수지 인근 도로에서 차량 통행을 제한하고 있다. 방역당국은 매년 2만마리 이상의 철새가 겨울을 나는 주남저수지 주변에서 지난 8일 죽은 큰고니 사체가 발견됨에 따라 1차 검사(음성)에 이어 2차 검사를 진행 중이다. 연합뉴스

올해 국내에서 처음 발견된 AI 바이러스는 전파속도가 빠르고 폐사율이 높은 ‘H5N6형’이어서 농가의 피해를 키울 것으로 일찌감치 예견됐다. 그런데도 방역당국은 부실하기 짝이 없는 뒷북 대응으로 일관했다. 방역당국이 내놓은 대책이라고는 AI가 급속도로 확산된 지난달 24일에야 위기관리 단계를 ‘주의’에서 ‘경보’로 올리고, 3차례에 걸쳐 농가·도축장 등 8만9000곳을 대상으로 ‘일시 이동중지명령’을 내린 게 전부다. 방역의 성패는 신속한 선제적 대응에 달렸는데도 국정공백이 장기화되면서 공무원들이 방역작업에 손을 놓은 데다 재난 컨트롤타워인 국민안전처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해 농가의 피해를 키웠다. AI 방역망에 구멍이 뚫린 데는 구조적인 문제도 있다. 농식품부 산하 수의직 공무원은 300여명에 달하지만 충북 2곳 등 전국 25개 기초자치단체에는 방역 전문인력이 아예 없다고 한다.

정부와 지자체는 위기의식을 갖고 AI 추가 확산을 막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아울러 가을철에 닭·오리 등 가금류를 미리 도축해 비축하고, AI가 발생하는 겨울철에 농가가 사육을 중단하면 일정액을 지원하는 휴업보상제를 적극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지자체에 가축 방역관 등 전문인력을 확충하고, 아시아 전역을 대상으로 AI 바이러스에 대한 감시체계를 구축하는 것도 시급한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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