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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6일 미국 연방대법원은 미국 노동계에 막대한 타격을 줄 수 있는 소송 건을 다룰 예정이다.

일명 ‘Janus vs. AFSCME(야누스 대 미국 주·군·시 공무원연맹)’라는 소송으로, 이는 친기업 세력이 구상해낸 공공노조를 파괴하는 무기 중 하나로 인식되고 있다. 이 소송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등에 업은 친기업 세력이 노동계를 공격하기 위해 써온 다양한 전략 중에서도 노조에 가장 타격이 클 것으로 분석된다.

소송의 시작은 일리노이주의 공무원이 노조 가입을 거부한 것이었다. 공무원들의 노동권 보장을 위해 이미 오래전에 결성되어 있던 공공노조 단체협약의 보호 덕분에 개인이 노조에 꼭 가입하지 않아도 이미 체결된 단체협약의 혜택과 보호는 받게 되어 있기 때문에, 정치적 목적으로 쓰이는 비용을 제외한 조합비를 내도록 되어 있는 미국 현행법에 도전을 한 것이다.

‘노조원 개개인이 동의하지 않는 한 노조가 조합비를 받을 수 없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 이 소송의 요지이다.

현재 미국 연방대법원에 재직 중인 9명의 대법관 중 5명이 친기업적이며 보수 성향이다. 미국의 노조 가입률은 공공부문의 경우 35%로 민간부문의 6.5%보다 약 5배 높다. 신자유주의 시대에 들어오면서 노조 가입률은 하강곡선을 그리고 있어 일각에서는 벌써 노동운동의 종말론이 거론될 정도이다. 그런 상황에서, 대법원이 조합비 납부 여부를 노조원 개개인이 선택하도록 하는 판결을 내릴 경우 공공노조의 조합원 가입률이 크게 줄어들게 될 것이라는 건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다.

공공노조의 조합원 가입률이 낮아지면 노동운동 전체가 침체되고 정치력도 약해진다. 이미 신파시즘으로 접어든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받고 있는 미국에서 이미 취약해질 대로 취약해진 노동운동은 또 한 번의 큰 위기를 맞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을 등에 업은 자본의 공격은 거침없고 맹렬하다. 사법부만이 아니라 입법부와 행정부에서의 노동탄압이 이례없이 높은 강도로 추진되고 있다. 미 상하원에는 이미 노동 개악법이 제출되어 있다.

뿐만 아니라 행정기관인 ‘노동관계위원회(National Labor Relations Board)’에서도 다양한 시행법을 개악하여 노조의 교섭권을 침해하고 노동자들의 노조 가입을 불가능하게 만들어가고 있다.

이런 반노조 움직임은 트럼프 정권이 자본에 주는 신호탄이다. 노조가 있는 사업장에서의 단체교섭은 훨씬 더 대립적이 되어가고 있고, 미조직 사업장에서는 사측의 감원, 비용 절감 등 이윤 추구를 위한 노동비 삭감이 거침없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는 자본의 노동자 착취 강도가 점점 세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절망뿐인 것만은 아니다. 최근에는 미국 5대 일간지 기자들이 압도적인 표차(찬성 248, 반대 44)로 노조에 가입했다. 136년간 미조직 사업장이었던 반노조 언론사에서 이례적인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필자의 노조, 미국간호사노조(National Nurses United)에서도 지난 1년간 11개 사업장에서 3000명이 새로 노조에 가입했는데, 이례적으로 높은 찬성 투표율을 보였다. 신파시즘의 신호탄으로 쏘아올리는 노동탄압의 움직임들이 오랏줄이 되어 자신들의 목을 죄어 올 것이라는 것을 간파한 노동자들이 노조를 대안으로 생각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다시 형성되고 있는 듯하다.

<로이 홍 | 미국간호사노조 조직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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