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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 부질없는 과거 회고일까? 솔직히 반복되는 실망에 익숙해져 있다. 그럼에도 새삼 민주노총 주제를 꺼내는 건 최근 민주노총과 산하 산별조직의 전향적인 움직임 때문이다. 우선 신임 민주노총 위원장의 조직 진단이 대담하다. 그는 지난달 선거에서 핵심 슬로건으로 “고립, 분열, 무능을 뛰어넘어”를 제시했다. 사람들이 민주노총을 향해 내던지는 단어들을 고스란히 받아들였다. 조합원들의 표를 얻어야 하는 후보로서 쉽지 않은 자기 고백이다. 특히 사회연대전략을 공약했다. 약 10년 전에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에서 비정규, 불안정 노동자의 국민연금 보험료를 정부·기업·중심권 노동자가 함께 지원하자는 사업 제안이 거센 논란을 일으켰다. 당시 ‘정규직 양보론’이라는 역공을 받아 좌절되었던 이 사업의 이름이 사회연대전략이다. 우연히도, 이 사업에 총력을 기울였던 민주노동당 대표는 지금 노사정위원장이다. 그는 모든 공중파가 생중계한 당대표 연두기자회견의 전체 시간을 ‘사회연대전략’으로 할애했었다.
내가 이해하기에, 사회연대전략의 핵심은 ‘양보’가 아니라 불안정노동자를 위한 ‘연대’이고, 노동자의 균열을 극복하려는 주체 형성운동이었다. 결국 이 사업은 무산되었고 지금은 ‘두루누리 사회보험료 지원’이라는 다른 설계도로 정부에 의해 시행되고 있다. 만약 민주노총이 추진했다면 사회적 논의를 주도하며 정규직·비정규직 노동자의 연대 고리도 생겼을 거라는 아쉬움이 컸는데, 이번에 민주노총 집행부가 ‘사회연대전략’을 공언하고 나선 것이다.
민주노총이 여러 의제를 고심하고 있겠지만 과감했으면 좋겠다. 예를 들어, ‘모든 실업자에게 실업급여’ 제안은 어떨까. 고용보험 안에서는 중심권 노사가 고용보험료를 더 내 실업급여를 튼튼히 하고, 고용보험 밖 취업자는 정부가 재정을 책임지는 실업자 대응책이다. 스웨덴 연대임금제를 참고해 임금격차를 개선하는 한국형 연대임금도 기획될 수만 있다면 위력적일 듯하다. 보육, 교육, 고용, 주거, 노후, 의료, 빈곤 등 7대 민생을 해결하는 복지국가 건설에 나서겠다는데, 세금도 누진적으로 더 내는 운동까지 벌이면 어떨까. 우리 노동자도 내겠다고 천명하면서. 물론 쉬운 일이 아니다. 또 구호에 그칠지도 모른다. 그래도 지난 몇 년 민주노총의 변화를 주목하고 싶다. 제대로 알려져 있지 않지만 민주노총의 비정규 노동자 권리 활동은 꾸준히 강화돼 왔다. 근래 늘어나는 조합원 상당수가 서비스, 학교, 건설 업종에서 일하는 비정규직·불안정 노동자들이다. 작년에 최저임금 인상을 이끌었던 민주노총 총파업의 주역도 이들이다.
또한 이런 기회가 또 있을까 싶을 정도로 최근 주요 산별노조에 사회연대를 주창하는 집행부가 들어섰다. 공공운수노조는 사회연대위원회를 설치해 “시민들에게 한 걸음 다가가는” 노동조합이 되겠단다. 금속노조 위원장은 ‘임금 인상’이 아니라 “노동자들 사이의 임금 차이를 줄이는 것이 산별노조의 원리”라고 주창해 온 노동자이다. 보건의료노조는 오래전부터 암부터 무상의료, 보호자 없는 병원 등 ‘돈보다 생명을!’ 운동에 앞장서온 조직이다.
사회연대운동에선 노동자 참여가 관건이다. 그만큼 어려운 일이고 내부 논쟁도 생기겠지만 진솔하게 나선다면, 조합원들은 자부심을 느끼고 시민들은 응원하지 않을까.
우리나라 민주노조운동의 역사적 자산인 ‘민주노총’, 이제는 내부 격차를 넘어서고 평등사회를 만드는 ‘사회연대노총’으로 거듭나기 바란다.
<오건호 |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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