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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13 지방선거 출마자들은 자신만의 선거 슬로건을 사용했다. 그러나 실제 지자체장이 되어 헤쳐 나가야 할 현실은 선거 슬로건과는 다르다. 그렇다고 전임자의 모든 것을 없애고 제로에서 시작하는 것은 도시 브랜드 측면에서 손실이 클 수밖에 없다. 멋진 새 슬로건으로 화려하게 시작하고 싶겠지만 브랜딩 차원에서는 심도 있는 고민이 필요하다.

예컨대 서울시의 경우 2015년 10월8일 새로운 도시 브랜드 슬로건 ‘너와 나의 서울(I.SEOUL.U)’을 선포했다. 2002년 ‘하이 서울(Hi Seoul)’을 시작으로 ‘소울 오브 아시아’ ‘인피니틀리 유어스’ ‘희망 서울’ ‘함께 서울’을 거쳐 13년 동안 6번 수정한 끝에 만든 슬로건이었다. 인천시도 지난해 ‘플라이 인천(Fly Incheon)’을 ‘모든 길은 인천으로 통한다(All Ways INCHEON)’로 바꾸었고, 울산시도 ‘도약하는 도시, 울산(Ulsan, The rising city)’을 선보였다. 강원과 대구 등 그밖의 많은 광역자치단체들이 곧 슬로건을 바꿀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인천, 대구의 공통점은 도시브랜드위원회를 구성하고 일찍부터 도시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브랜딩 활동을 이어왔다는 점이다. 다른 광역시도 이를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각 시·도는 그동안 다양한 브랜딩 활동이 브랜드 자산 구축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정교하게 분석할 필요가 있다. 대표적인 기업 슬로건의 사례로는 88년 만들어진 ‘저스트 두 잇(just do it)’과 84년부터 지금까지 사용 중인 유한킴벌리의 ‘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가 있다. 두 사례는 콘셉트에 맞는 슬로건을 만들고 지속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강력한 브랜드를 만드는 지름길임을 보여준다.

새로운 도시 브랜드 슬로건은 잘 만들고 오래 사용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필수적이다. 첫째, 단순해야 한다. 둘째, 진정성이 느껴져야 한다. 셋째, 다양한 홍보에 활용될 수 있어야 한다. 넷째, 도시의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 다섯째, 쉽지만 의미심장해야 한다. 여섯째, 지속적으로 사용하고 오랜 시간 바꾸지 말아야 한다. 일곱째, 해당 도시만의 차별화가 있어야 한다. 여덟째, 해당 시·도민에게 행복감과 자부심을 줘야 한다.

새로운 7기 지방자치가 시작됐다. 기존 슬로건을 대체한다면 중장기적인 계획과 해당 시·도에 대한 면밀한 검토와 전문가를 비롯한 위원회의 노력으로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새로운 슬로건들이 2학기에 광고 수업시간의 학생들에게 우수 슬로건 사례로 소개되기를 간절히 희망한다. 우리 국민은 그런 슬로건을 가질 충분한 자격이 있다.

<이희복 | 상지대 미디어영상광고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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