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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공급의 법칙은 경제학에만 통용되는 게 아니다. 어떤 사건이 발생한 배경을 살펴보면 그 이면에는 이해관계자들 사이 모종의 거래로 판명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부패사건은 수요자와 공급자 간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서 발생하게 되는데, ‘뇌물’과 같은 전형적인 부패가 대부분 여기에 해당한다. 이때 수요자는 권한을 가진 공공이 되고, 공급자는 공공이 가진 권한을 통해 이득을 보고자 하는 민간이 되는 경우가 보통이다.

반면에 적극적인 공급자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발생하는 부패도 있다. 보조금 등 공공재정을 부정수급하는 경우가 여기에 해당한다. 이 경우 전형적인 부패와 반대로 수요자는 민간이 되고 공급자는 공공이 된다.‘나랏돈은 눈먼 돈’이라는 말이 우리 주변에서 심심찮게 들리고 있다. 눈먼 공급자로부터 돈을 받아내지 못하는 사람은 고지식한 사람이 되는 비정상적인 상황에서 우리의 평범한 이웃들은 가짜 서류 몇 장으로 실업급여나 복지급여 등을 받아내기 위해 서로의 노하우를 공유하고 성공담을 자랑하기도 한다.

지난 5월 국민권익위원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3년 5월부터 올해 4월까지 ‘복지·보조금 부정신고센터’에서 보조금 부정수급으로 적발한 금액은 모두 812억원이고, 이 중 환수액이 683억원에 이른다고 한다. 부정수급을 한 719명이 형사처벌을 받았으며, 관리·감독을 소홀히 한 공무원 212명은 징계를 받았다.

물론 부정수급을 한 사람과 이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공무원에게도 잘못이 있겠지만, 시스템적으로 미비한 점은 없는지 살펴보고 보다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다행히 정부는 올해 초 정부 합동으로 ‘보조금 부정수급 근절대책’을 수립해 추진하고 있다. 또한 각종 보조금, 보상금, 출연금 등 공공재정 모든 분야의 부정수급 문제를 종합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공공재정 부정청구 금지 및 부정이익 환수 등에 관한 법률(안)’을 마련했다. 이 법안은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다.

약칭 ‘부정환수법’으로 불리는 이 법안은 부정수급으로 얻은 이익은 전액 환수하고 고의적인 경우에는 최대 5배의 제재부가금을 부과하도록 하고 있어 수요자의 도덕적 해이를 강력하게 막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공급자인 각 공공기관에 부정수급에 대한 조사와 관리·감독 의무를 부여해 공공재정이 엉뚱한 사람에게 가는 것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 외에도 신고자에 대한 보호·보상 규정을 포함하고 있어 감시의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하루속히 부정환수법안이 국회를 통과하기를 바란다.

<송준호 | 흥사단 투명사회운동 본부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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