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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수 대법원장이 김선수 변호사와 이동원 제주지법원장, 노정희 법원도서관장을 대법관 후보로 제청한 것은 대법원 구성 다양화란 시대적 요구에 부응한 것으로 보인다. 세 사람은 역대 대법관 대다수를 차지했던 ‘서·오·남(서울대 출신, 50대, 남성)’의 범주를 모두 벗어났다. 김 변호사는 법원·검찰을 거치지 않은 순수 재야 출신의 노동·인권변호사다. 이 원장은 고려대 출신으로 법원행정처 근무 없이 재판에만 전념해온 정통 법관이다. 노 관장은 젠더 관점을 지닌 이화여대 출신 여성 법관으로 여성의 지위와 권한에 관해 주목할 판결을 여럿 남겼다. 대법원은 “대법관 구성의 다양화를 요구하는 국민 기대를 염두에 두고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 보호에 대한 인식 등을 고려해 선별했다”고 밝혔다. 외형상 인적 구성이나 대법관 가치관의 다양성을 종합적으로 반영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오는 8월 2일 퇴임하는 고영한, 김창석, 김신 대법관 후임으로 김선수 변호사(왼쪽부터)와 이동원 제주지법원장, 노정희 법원도서관장이 결정됐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2일 김 변호사 등 3명을 신임 대법관으로 임명해달라며 문재인 대통령에게 제청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입법부는 지갑을, 행정부는 칼을 가지고 있다. 사법부는 지갑도 칼도 없다. 사법부는 국민의 신뢰만 가지고 있다.” 10달러 지폐에 초상화가 그려져 있는 미국의 법률가이자 정치인 알렉산더 해밀턴 얘기다. 빈털터리 사법부는 시민의 신뢰를 밑천으로 비로소 권부(權府)가 됐다. 그러나 과거 대법원은 권력에 대한 추종과 사법부 기득권 지키기 행태로 유일한 밑천인 시민의 신뢰를 잃었다. ‘양승태 대법원’은 재판을 정치권력과의 거래 대상으로 삼는 사법농단으로 사법부 신뢰를 바닥까지 떨어뜨렸다. 여론조사에서 시민 10명 중 6명 이상이 사법부 판결을 불신한다고 했다. 신뢰관계가 무너진다면 판결은 정당성을 상실하고 사회는 혼란에 빠지게 된다. 이는 사법부 스스로 자초한 것이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시민 신뢰를 회복하고 사법개혁을 추진해야 할 막중한 책무를 안고 있다. ‘양승태 대법원’ 시절의 보수 일변도 구성을 탈피하는 것도 그중 하나다. 최종심을 담당하는 대법관은 시민의 권리를 구제하는 마지막 심판자다. 특히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비슷한 경험과 생각을 가진 대법관 일색으로는 다양한 사회적 가치관을 반영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실추된 사법부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라도 대법원 구성의 다양화는 앞으로도 계속되어야 할 것이다. 야당도 진보와 보수를 망라해 다양한 가치관을 지닌 인물들이 대법관으로 임명된다면 반대할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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