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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 패싱’이 아닌 ‘배싱 노스 코리아(bashing North Korea)’ 시즌이다. 북한이 6차 핵실험을 감행하자 국제사회는 마치 약속이나 한 것처럼 북한 때리기에 나섰다. 당장이라도 북한이 국제사회에서 고립될 것처럼 보인다. 언론은 당국자 이름은 슬그머니 뒤로 감춘 채 김정은을 정조준한 참수(斬首)작전까지 여과 없이 보도하고 있다. 관련 부대까지 창설한다고 하니 김정은 제거작전을 단순히 공포 마케팅쯤으로 가볍게 넘길 일도 아닌 듯싶다. 비슷한 사례가 없지 않다.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과 리비아의 무아마르 카다피의 최후 모습들이 그랬다.
하지만 김정은이 자신의 목을 따려는 군사작전을 두려워했다면 핵실험은 애당초 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아버지가 갑작스레 사망(2011년 12월17일)한 이후 권력을 움켜쥔 김정은은 무려 핵실험을 네 차례(2013년 2월, 2016년 1월, 2016년 9월, 2017년 9월)나 실시했다. 핵무장만이 정권을 ‘지속가능하게’ 하는 마법의 해결사임을 파악한 것이다. 김정은은 이렇게 ‘한반도 비핵화’를 비웃듯이 내동댕이쳤다. 2루를 밟고서 내친김에 3루를 돌아 홈으로 돌진하려는 김정은이 자발적으로 2루로 되돌아갈 가능성(핵포기)은 매우 낮다. ‘폭풍질주’ 김정은에게 핵포기를 기대하는 것이야말로 ‘낭만적 사고’이다. 대신에 문재인 정부로서는 3루 베이스 코치(중국)가 달려오는 김정은에게 크게 손을 흔들면서 3루에만 머물거나, 아니면 2루로 되돌아가라는 신호만 강력하게 해주기를 기대할 뿐이다. 한국과 일본, 그리고 미국 대도시에 북한 핵무기가 떨어질 확률을 정확하게 계산하기는 쉽지 않지만 과거보다 확률이 높아진 것은 분명한 사실이기에 하는 말이다. 하지만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로 이마저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그렇다면 ‘절대무기’로 불리는 핵무기를 물리적으로 억지하는 방법은 선제공격을 당하고서도 2차 공격(최소 억지력)까지 가능한 핵무기를 확보하는 일이다. 남녀노소 절대다수가 휴대폰을 거의 손에서 놓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이 이러한 능력을 북한처럼 비밀리에 확보하기란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미국이 이스라엘과 파키스탄에 그랬던 것처럼 한국의 핵무장 시도를 묵인하지도 않을 것이다.
국제사회의 예견되는 제재에도 불구하고 어느 정권이 공개리에 핵무장을 하겠다고 선언할 정치, 경제, 사회 환경을 마련할 수가 있을까. 핵무장 공론화를 통해 국내적 합의(숙의 과정)를 이끌어 낼 1마력의 동력조차 마련되어 있지 않은 게 현실이다. 이념적 분란만 초래할 것이 분명하다. 한국은 따라서 헤징을 점진적으로 제고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 경로이다.
그동안 핵무기를 보유하려는 동기(안보 위협, 국가 위신, 국내 정치 등)에 대한 연구가 다수를 이루었다면 이에 못지않게 핵무기 기술 또는 무기화 경로에 대한 포괄적 정책 연구도 중요하다. 현재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거나 핵무기를 가지려 했던 국가들의 경로가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김정은 정권의 핵 위협에 상응하는 대칭적 핵무장 주장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지만, 자칫 현재의 헤징 단계에서 전술핵 도입을 포함하는 핵무장으로 이어지는 도중에 예기치 않은 군사적 충돌이 발생할 확률이 결코 낮지 않다.
따라서 핵무기를 가지려 했던 여타 국가들이 종국적으로 선택한 경로까지 포함해서 비교연구가 올바르게 이루어진다면 우리가 추구해야 할 핵무장 좌표가 어디쯤 매겨져야 할 것인지가 합리적으로 도출될 것이다.
<이병철 평화협력원 핵비확산 센터 소장·북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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