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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국무조정실 산하 경제인문사회연구회의 감독을 받고 있는 국책 연구기관으로, 초·중등학교 관련 연구와 대학입학수학능력시험과 초·중등학교 교원 임용시험 등 시험 출제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고용 불안을 완화하기 위해 공공기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정책을 지난해 7월 발표했다. 이후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평가원은 정부 가이드라인을 무시한 채 정규직 전환을 추진해 왔다. 정규직전환심의위원회를 허수아비로 만들어 구성원과의 의사소통을 거부하고, 업무 담당부서와 부서장 중심으로 상식 밖의 전환 계획을 수립해 밀어붙여 왔다.

당연히 당사자들과 직원들을 설득하지 못하고 정규직 전환 절차는 답보 상태에 빠져 있다. 

평가원은 수탁과제 수행을 위해 채용된 비정규직의 업무 대부분을 전환 대상에서 배제했다. 정부 가이드라인에 없는 5억원 사업예산 기준을 들이대 작은 수탁과제의 업무를 모두 전환 대상에서 제외했고, 동일한 수탁사업에 속한 수탁과제들을 모두 개별 사업인 것처럼 간주해 예산 기준에 미달한다며 전환 대상에서 배제했다.

정규직 전환 대상에서 배제한 수탁사업 중 상당 부분은 법령에 의해 교육부가 수행해야 하는 업무를 위임받아 하는 것인데, 이를 일시·간헐적인 업무라고 판단한 것이다. 예산이 5억원이 넘는 초·중등교사 임용시험 등 대형 수탁사업들에 대해서는 채용된 인원 중 일부만 전환하겠다고 하면서, 전환 대상 업무와 비대상 업무가 어떻게 구분될 수 있는지 아무런 설명이 없다.

평가원은 수탁과제 수행과 관련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규모를 막무가내로 토막을 낸 다음, 전환 대상자의 처우 역시 삭감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삭감된 처우는 정규직 전환 대상자뿐만 아니라 비정규직에게도 적용될 수밖에 없다. 문재인 정부가 비정규직의 고용안정을 위하여 실시한 정책이 평가원에서는 오히려 비정규직의 월급을 줄이는 일로 변질된 것이다.

전국공공연구노동조합 한국교육과정평가원지부는 정부의 가이드라인을 준수해 전환 절차를 진행할 것을 촉구하는 한편, 적극적으로 평가원 전환 계획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합리적 전환 방안을 제시해 왔다. 그렇지만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이후 임명된 성기선 원장은 정부 정책을 오도하고 있는 실무진과 부서장들에 대해 기관장으로서의 리더십을 행사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원장 자신이 예산 지원 없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정책은 잘못된 것이라고 힐난하고 있다.

경제인문사회연구회를 비롯해 평가원에 감독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기관들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 상식 밖의 전환 계획을 폐기하고, 평가원의 정규직전환심의위원회를 재구성해 이들로 하여금 평가원의 정규직 전환 업무를 추진하게 해야 할 것이다.

<정연준 | 한국교육과정평가원노동조합 쟁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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