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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18일 문재인 대통령은 사회적 벤처타운인 헤이그라운드에서 일자리 창출 5개년 로드맵을 발표하였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압화작품을 에코백 같은 상품으로 만들어 판매하는 마리몬드, 사회 혁신가를 지원하는 아쇼카한국 등 사회적기업들이 모여서 일하는 이 공간이 발표 장소로 선택됐다는 것은 현 정부의 향후 일자리 창출 정책의 방점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일자리 창출 로드맵에서 단연 두드러지는 것은 창업과 사회적 경제, 두 개의 키워드이다. 생산성이 극대화되는 4차 산업 시대에는 사람이 했던 많은 일자리들이 컴퓨터나 로봇에 의해 대체되고 3~4명이 하던 일을 한 사람이 감당할 수 있기 때문에 기존의 일자리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일찍이 제러미 리프킨이 ‘노동의 종말’을 설파했듯이, 일자리는 제3섹터인 비정부기구(NGO), 비영리단체(NPO)와 같은 사회적 경제 영역이나 다양하고 혁신적인 소규모 스타트업 등 기존의 영역이 아닌 곳에서 창출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사회적 경제의 고용규모가 미국의 경우 전체 일자리 가운데 11% 정도이며 점차 증가하는 데 비해 한국은 5%에 못 미치고 있어 향후 일자리 증가 여력이 큰 분야이다. 사회적기업과 창업을 강조하는 정부의 일자리 정책 방향은 격변하는 일자리 구조에 대한 정확한 인식을 토대로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사회적기업이나 창업을 통한 일자리 창출이 청년층의 취업난을 해소하는 취업정책으로 바로 연결되지는 않는다. 사회적 일자리가 많이 생기면 취업난이 상당히 해소될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우리가 처한 청년취업난의 본질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결과이다. ‘좋은 일자리’로 사회적기업을 만들고, 그 일을 하게 되는 ‘사람’에 대한 관심과 교육 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즉, 일자리 창출 정책을 연결하는 일자리 수요 정책이 함께 가야 한다. 사회적기업에서는 특히 사람들의 혁신적 아이디어와 열정이 가장 중요한 자원이 되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일할 사람들이 사회적기업에 관심을 갖고 준비하고 운영할 수 있도록 실제적으로 지원하는 정책이 뒤따라야 한다.

우선 사회적기업이 청년들이 일하고 생활할 수 있는 소득을 얻는 ‘좋은 일자리’로서 피부에 와닿을 수 있어야 한다. 사회적기업이 젊은이들의 열정페이로 유지되는 봉사기관이 아니고 ‘일자리’임을 명확히 인식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전문성을 갖춘 다양한 인력들이 직업으로 이 일자리를 선택할 수 있고, 그 사회적기업들이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다. 정부의 사회적기업 지원정책에서는 근로자들의 근로환경이나 여건에 대한 분명한 인식과 가이드라인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또한 사회적기업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인력, 기업 운영, 자금조달 방식 등 기업으로서의 생존과 성장에 필요한 전문지식과 기술이 필요하다. 사회적기업을 운영하는 사람들이 선의와 이타심에서 사업을 시작하지만, 조직을 운영하기 위한 전문성 등이 부족하기 때문에 성과를 내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정부는 사회적기업에 필요한 경영컨설팅, 기술교육, 재정지원, 공공 및 민간 부문의 다양한 인적·물적 자원 네트워크 구축 등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일자리로서의 사회적기업에 대한 진로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사회적기업의 기능과 진로로서의 의미에 대해 학생, 교사, 학부모들에게 학습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사회적기업에 대한 교육을 학생들뿐만 아니라 학부모, 교사들에게도 제공하여 대기업이나 공무원이 아니라도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재능을 가지고 다른 사람과 사회의 공익을 위하여 일하는 좋은 일자리가 있음을 안내하고 직업에 대한 인식을 변화시켜야 한다. 우리 청년들이 더 많은 진로 선택지를 가질 수 있어야만, 대기업, 공무원 등 턱없이 부족한 일자리를 위해 인생 전반부 전부를 거는 청춘들이 조금은 더 사람답게 청소년기와 청년기를 보낼 수 있을 것이다.

<진미석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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