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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으로 진정한 정치 선진국이라고 평가받는 나라들을 보면 지도자들이 소통에 매우 적극적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덴마크는 이 나라 최고 지도자라고 할 수 있는 총리가 매년 날씨 좋은 여름이 되면 작은 섬에서 국민과 대화하는 시간을 갖는다. 이 나라 사람들은 이것을 축제처럼 여긴다. ‘국민의 모임’(folkemodet)이라고 이름을 붙인 이 소통의 장에는 정치인과 각종 사회단체, 일반 국민이 어울린다. 여기서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회적 이슈가 허심탄회하게 논의되고, 총리는 국정 구상이나 정책을 밝히며 이에 대해 일반 국민으로부터 질문을 받고 답한다.

이뿐이 아니다. 총리는 매년 가을 ‘의회 개방의 날’에 의회를 찾아 국민과 대화한다. 이날 총리는 일반인들과 뒤섞여서 악수하고 포옹하며 어울리는데 누가 총리이고 누가 일반 국민인지 구분할 수 없다. 여기서는 권력자와 민초들의 구분이 존재하지 않는다. 이와 더불어 덴마크 총리는 2주에 한번 국회에 출석해서 국민의 대표인 의원의 매서운 질의에 답변해야 한다. 이것이 끝나고 나면 기자들이 본회의장 밖에서 기다리고 있어 이들과 또 소통해야 한다. 이들의 질문도 총리를 곤혹스럽게 한다. 이것이 세계에서 가장 행복하고 부유하게 사는 북유럽 국가의 일반적인 현상이다.

이에 비해 우리는 대통령과 국민이 매체를 통하든 직접 만나든 소통할 기회가 별로 없다. 대통령 기자회견이 일상이 아니고 화제가 되는 나라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 기자회견이 1년에 1~2회가 고작이었다. 설령 기자회견을 해도 기자들이 속 시원히 질문할 수 없다. 어느 유력 일간지 런던 특파원은 박 전 대통령이 3년 가까이 받은 질문의 총수는 당시 영국 캐머런 총리가 받은 하루의 질문 수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통령과의 소통이 부족하기 때문에 국민은 대통령의 의중을 잘 모른다. 아마 대통령도 국민을 잘 모를 것이다. 각종 괴담, 유언비어도 사실은 소통 부족에서 오는 것이다. 상황이 발생할 때마다 최고 통치권자가 언론에 나타나서 모든 것을 밝히면 이런 문제가 없으리라 생각한다.

우리나라는 매우 훌륭한 사회기반시설을 갖추고 있다. 예를 들면, 도로망은 이제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이에 비해서 사람들의 생각을 주고받는 의사소통의 흐름은 매우 빈약하다. 대화는 사람들을 가깝고 친근하게 만들며 상호이해를 증진시킨다. 이것이 결국에는 사회적 신뢰를 촉진해 사람들 간의 관계성을 증진시킨다. 행복한 나라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사회구성원 간의 관계성이 좋다는 사실이다. 대통령이 소통에 적극적이어야 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박세정 | 계명대 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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