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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제하에서 국정운영의 중심축이 대통령과 청와대라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러나 국가는 이들의 힘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중앙부처의 장관부터 지방자치단체의 말단 9급까지 공무원들의 노력과 헌신이 필수적이다. 집권자의 공약을 구체화해서 시민의 피부에 닿게 집행하는 주체가 바로 공무원들이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새 정부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역할을 하는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30일 인사혁신처를 향해 “공직윤리와 관련한 제도를 강화하라”고 주문한 것은 당연하다. 박범계 국정기획위 정치행정분과위원장은 “지난 국정농단의 한 축이었던 인사의 사유화를 극복하고 청렴한 공직윤리를 확립하는 것이 문재인 정부의 가장 중요한 국정철학”이라고 말했다. 앞서 김진표 국정기획위 위원장이 공직사회를 향해 “자기 반성을 토대로 과거의 잘못된 관행을 바꾸려는 진정성이 잘 느껴지지 않는다”고 쓴소리를 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9년 만의 정권교체로 공무원들의 동요가 적지 않다. 아직 장차관이 임명되지 않은 탓에 부처 업무보고가 문재인 정부의 국정철학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측면이 있지만 관성적인 업무 처리로 복지부동하는 공무원도 많다. 문재인 정부의 성공은 공무원들이 능력을 십분 발휘할 수 있도록 이들을 추동하는 데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직업 공무원들과 집권세력은 협력적 관계를 구축해야 한다. 권력은 대통령에게 있지만 주어진 시간은 5년뿐이다. 흔히 관료 시스템의 공무원을 ‘영혼 없는 동물’이라고 한다. 옳고 그름을 판단하지 않고 지시받은 대로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는 생각을 공무원들은 갖고 있다. 하지만 각종 현안과 대책에 관해 공무원만큼 많이 아는 사람은 없다. 집권자의 개혁성과 공무원의 전문성이 조화를 이룰 수 있게 공직사회의 틀이 짜여져야 한다. 무엇보다 대통령 지시라고 해도 옳지 않거나 비현실적이라고 생각되면 ‘노’라고 할 수 있는 분위기가 공무원들 사이에 형성돼야 한다.

박근혜 정부 탄핵은 공직윤리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확인시켜 주었다. 대통령의 불법적인 지시에도 무조건 복종하고 코드 맞추기에 급급했던 것의 폐해가 결국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이어졌다. 공무원을 개혁의 주체로 나서게 하는 것은 집권자의 능력과 철학에 달렸다. 공무원들에게 비전을 제시하고 영혼을 불어넣어 스스로 국민의 봉사자가 되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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