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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에 대한 김정은의 ‘간보기’는 예상보다 빨랐다. 14일 새벽 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를 발사한 것이다. 대통령은 국가안전보장회의를 즉각 소집했다. 취임 후 첫 휴일에 벌어진 일이다.
문재인 정부는 어떤 경로를 택할 것인가. 일반적인 관측은 북한이 예측하기 어렵고 이해하기 어려운 상대이지만 인내심을 갖고 대화의 끈을 놓아서는 안된다는 흐름으로 가닥이 잡힐 것이라는 점이다.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고 핵실험을 할 때 참여정부의 큰 기조가 그랬다. 냉정하고 차분한 대응이었다. 당시 참여정부는 ‘기계적인 상호주의’를 배격했다. 상호주의가 본질적으로 ‘눈에는 눈, 이에는 이’로 해석되므로 북한의 무력도발에 우리도 무력으로 대응해야 된다는 논리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였다. 대신, 우리가 신뢰를 가지고 대하는 만큼 북측도 합리적으로 행동해야 함을 강조했다. 북의 도발에 용인할 수 있는 것과 용인할 수 없는 것이 있음을 에둘러 나타낸 것이다.
그럼에도 보수진영의 반발은 예상된다. 이들은 참여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을 두고 ‘일방적 퍼주기’ ‘안보 불감증’ ‘민족공조의 강화와 한·미동맹의 약화’ ‘북핵 책임론’ ‘친북좌파 정권’ 등 주홍글씨를 붙이는 데 여념이 없었다. 하지만 참여정부는 북핵 위기 속에서 미국의 대북 강경정책을 미연에 방지하고 6자회담 등을 통해 북핵 문제의 평화적·외교적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 데 커다란 이바지를 했다고 자평한다.
과거 진보성향 정부 대북정책의 괄목할 성과는 패러다임의 전환 때문이다. 북한이 공존과 공생의 관계로 바뀔 수 있다는 점을 강하게 심어 주었다. 두 차례의 남북정상회담이 그랬다. 하지만 북핵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해결 시기가 지연될수록 북핵 능력은 강화되고, 협상의 조건 역시 까다로워진다.
북핵 문제는 문재인 정부 외교안보 정책에서 가장 큰 난제이다. 얼핏 보면 참여정부 기조와 유사하게 북핵은 동북아의 안정과 평화에 바람직하지 않으며, 김정은 정권 안정과 번영에도 도움이 되지 않음을 강조하고 있다. 문제는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남·북·미 삼각관계에서 어느 일방과 관계가 악화되면 다른 양자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이다.
다소 성급한 필자의 전망으로는 앞으로도 뾰족한 대안이 나타날 것 같지가 않다. 문재인 대통령은 북핵 문제를 해결하는 데 압박과 대화를 병행해 북한의 변화를 유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더 깊이 들어가 보면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북핵 문제 해결이라는 입구로 들어가서 한반도 평화체제라는 출구로 나오고 싶어 하는 것처럼 보인다. 반면 트럼프 행정부는 우선 북한이 비핵화 결단을 하고 이에 따른 진전된 행동을 보여야만 대화에 나설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한·미 간 충돌을 예고하는 대목으로 해석될 수 있다.
역사가 가르치는 바가 그렇고 우리의 경험이 보여주는 바도 그러하듯이, 한·미 간 공동 전략이 부실할 경우 북한은 그 약한 고리를 이용하여 어떡하든 비핵화 시도에 구멍을 내려고 할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트럼프 행정부와 문재인 정부 간 ‘케미(chemistry)’가 맞지 않아 한·미동맹에 위기가 올 것이라고 벌써부터 우려하는 전문가들이 적지 않다. 이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첫 한·미 정상회담 시 북핵 문제에 대해서는 ‘찰떡 공조’를 보여야 할 것이다.
이병철 | 평화협력원 핵비확산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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