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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어제 임시국무회의 의결을 통해 청와대 직제를 개편했다. 박근혜 정권에서 폐지됐던 장관급 정책실장을 부활하고, 그 아래에 일자리 수석을 새로 두기로 했다. 또 국가안보실의 기능도 강화해 안보실장이 외교안보비서관들을 지휘하면서 위기상황 대응은 물론 외교현안 및 국방전략까지 통합 관리하도록 했다.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은 이번 직제 개편의 핵심은 청와대가 정부 부처를 틀어쥐지 않겠다는 데 있다고 설명했다. 비서실의 역할을 개별 부처 현안 대응에서 정책 어젠다 관리로 바꾼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국가의 미래를 준비하면서 큰 국정과제를 관리하는 데 집중하고, 나머지 일상적으로 정부가 할 일은 각 부처가 장관 책임 아래 스스로 한다는 취지다.
청와대의 조직 개편 취지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지금까지 정부 부처들은 헌법상의 권한과 기능을 다하지 못했다. 청와대가 국정의 컨트롤타워라며 부처의 모든 사항을 좌지우지했다. 부처를 틀어쥔 것을 마치 국정을 잘하는 것인 양 여기기도 했다. 정부청사가 세종시로 이전한 터라 부처의 자율과 책임을 강화할 필요성은 더 커졌다. 부처가 효율적으로 일하려면 장관들이 지휘해야 하는데 청와대가 간섭하면 장관이 설 자리가 없다. 이런 것들이 제왕적 대통령의 한 원인이 된 만큼 이제 바로잡을 때가 됐다.
출처: 경향신문DB
그러나 작은 청와대가 말처럼 쉬운 것은 아니다. 역대 모든 정권이 출범할 때 작은 청와대를 지향했지만 예외없이 비대해졌다. 분권 의지가 강했던 노무현 대통령 때도 처음에는 청와대 규모를 줄였지만 점차 장차관급 직제를 확대했다. 장관들에게 자신이 하는 말을 받아쓰게 한 박근혜 대통령은 그 표본이다.
작은 청와대를 실현하려면 우선 대통령이 만기친람하려는 유혹에서 벗어나야 한다. 청와대가 대통령 뜻이라며 부처 일에 간섭하기 시작하면 해당 부처는 업무에 소극적이 될 수밖에 없다. 청와대에서 근무해본 사람들은 시간이 갈수록 대통령들이 부처를 장악하려는 욕구가 커진다고 한다. 청와대는 다양한 국정과제를 수행하기 위해 특별보좌관제를 활용하겠다고 했는데 자칫하면 이런 것이 청와대 조직을 키우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조직 비대화 가능성을 스스로 경계하지 않으면 안된다. 결국 부처의 자율성을 보장하려면 문 대통령 자신이 끊임없이 분권 의지와 권력 위임을 행동으로 보이는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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