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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20일, 박원순 서울시장은 ‘원전 하나 줄이기’ 2단계 계획을 통해 현재 4.2%인 서울의 전력자립도를 2020년 20%까지 끌어올리겠다고 발표했다. 이것은 2012년에 발표한 ‘원전 하나 줄이기’ 정책을 앞으로 4년 동안 주요 정책으로 추진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난 2년, 서울에서 실제 원전 하나만큼의 에너지를 줄였을까?

이명박 전 대통령이 ‘저탄소 녹색성장’을 외치며 원전을 확대해갈 때, 서울시는 에너지소비 절감과 재생가능에너지 생산으로 원전 1기에 해당하는 200만TOE를 줄이겠다고 선언했다. 서울 에너지소비의 60%를 차지하는 가정과 상업부문 대책을 중심으로 10대 정책을 마련하고, 녹색에너지과, 에너지시민협력반을 신설했다. 상반기, 하반기 정책평가에서 시장이 직접 ‘원전 하나 줄이기’ 성과를 챙겼고, 민관거버넌스 기구로 실행위원회를 운영했다.

지난 2년 동안 서울에서는 냉난방 부하를 줄이는 건물에너지 효율화 사업이 2만건 진행되었고, LED전구가 679만개 보급되었으며, 태양광발전기는 3756곳에 설치되었다. 시민들이 참여하는 에너지공모사업도 늘었고, 시에서 에너지설계사를 직접 고용해 중소형건물에 대한 에너지 진단에 나섰다. 서울시는 6월 말을 기준으로 200만TOE 감축을 달성했다고 발표했는데, 이것은 에코마일리지를 통한 시민에너지 절감량과 서울시가 벌인 사업에 따른 절감효과를 총합해 계산한 것이다. 그런데 총량달성만큼 중요한 성과는 2013년 기준 서울시의 전력, 가스, 석유 소비량이 1년 전에 비해 모두 줄었다는 점이다. 전국 평균 전력소비량은 1.76% 증가했는데 서울시는 마이너스 1.4%를 기록했다. 전국적으로 에너지 소비는 증가하고 있는데, 서울시는 유일하게 모든 에너지 분야에서 절감에 성공했다. 지자체 차원의 에너지정책이 효과가 있다는 점을 증명한 것이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다. 신규 상업건물이 여전히 통유리로 된 커튼월 방식으로 건설되고, LED 보급은 늘었지만 과도한 조명은 여전하다. 주택단열개선 사업도 90%가 창호교체 수준에 머물러 있다. 바이오디젤 주유소 폐쇄도 신중했어야 했다. 제2롯데월드 건설도 변수다. 완공되면 서울시내 단일건축물 중 에너지소비 1위를 차지할 것이다.

서울시는 ‘원전 하나 줄이기’ 2단계에서는 이러한 문제점을 보완하면서 에너지복지와 녹색일자리 창출에 힘을 쏟겠다고 한다. 문제는 서울시의 정책만으로 2020년까지 전력자립도 20%를 달성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정부차원에서 네가와트 산업 활성화를 위한 전기요금 개편,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제도(RPS) 개선, 에너지원별 상대가격 조정 등의 정책을 펼쳐야 한다. 원전건설 중심의 에너지 정책을 고수하는 박근혜 정부에서 이러한 정책변화를 기대할 수 있을지 미지수이다.

박원순 시장의 '원전 하나 줄이기' 계획 프레젠테이션 _ 뉴스원


원전 추가 건설과 밀양과 청도에서 벌어지는 송전탑 갈등이 심화될수록 수도권의 전력소비에 대한 책임은 무거워진다. 인구 1000만 도시 서울은 그 자체로 지역의 엄청난 자원과 자본을 끌어다 쓰는 도시이다. 서울에서 지역의 원전과 송전탑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그런데 이참에 서울뿐 아니라 전력자립도가 낮은 광역지자체들이 각각 ‘원전 하나 줄이기’ 아니면 절반이라도 줄이는 정책을 세워보면 어떨까? 특히 경기도는 전력소비가 급증하는 데다 신경기-신울진 765㎸변전소 건설로 인해 갈등이 벌어지고 있다. 전력소비 증가의 원인이 되는 지역이기도 하고, 그로 인해 갈등이 발생하는 지역이기도 하다. 남경필 경기지사가 서울의 ‘원전 하나 줄이기’ 정책에 필적하는 지역에너지 정책을 수립해 집행하는 날을 고대해본다.


이유진 |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연구기획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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