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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어제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국가배출권 할당 계획과 저탄소차협력금제 대응 방안을 확정해 발표했다. 배출권 거래제는 예정대로 내년부터 실시하되 감축률 완화 등으로 업계의 부담을 줄여주고, 저탄소차협력금제는 시행 시기를 2020년 말까지 연기하는 대신 친환경차에 세금감면 연장과 보조금 추가 지급 등 지원을 늘린다는 내용이다.

배출권 거래제는 대상 업체에 할당한 배출량이 많은 데다 감축률도 줄이고 t당 기준가격마저 지나치게 낮게 책정한 것이어서 실효성이 의심스럽다. 산업계의 요구에 휘둘려 당초의 효과를 기대할 수 없는 누더기나 다름없게 만들었다. 2009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계획이 발표될 당시에 이미 시행이 예고됐던 저탄소차협력금제는 더하다. 이 제도를 도입한 2013년 대기환경보전법 개정 때 산업통상자원부와 기획재정부는 그 필요성을 인정했고 이해 당사자 간에도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진 바 있다. 게다가 한국의 승용차 소비구조는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서가 아니더라도 개선할 필요가 있었다.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에서 중·대형차 비중이 70%를 넘는 것은 비정상적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준비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산업계의 요구에 따라 정부는 시행 시기를 2015년으로 유예한 바 있다.

'지구를 위한 한시간. 어스 아워 지구촌 전등끄기' 행사가 열린 29일 저녁 서울 시청과 주변 건물들이 8시반부터 한시간 동안 불을 끄기 캠페인에 참여 했다. 어스 아워 캠페인은 지구온난화를 일으키는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 세계자연기금의 주도로 지난 2007년 호주 시드니에서 처음 시작한 행사다. (출처 : 경향DB)


그런데 정부가 5년 전부터 예고된 제도를 다시 6년 후로 연기하기로 한 것이다. 그것도 제도 시행을 불과 4개월도 채 남겨놓지 않고 내린 판단이다. 정부는 “저탄소차협력금제가 온실가스 감축 효과는 크지 않고 소비자와 산업에 미치는 부작용이 매우 크다”며 6년 추가 연기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나 이런 조치는 사회적 합의와 국회 입법을 통해 결정된 제도를 특정 업계의 입김에 휘둘려 무산시킨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정책의 신뢰성을 훼손할 뿐 아니라 정부의 신뢰에도 악영향을 끼치는 결정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중·대형차 위주로 돼 있는 현 승용차 시장구조를 바꿀 수 있는 기회도 놓칠 수 있다.

자동차 업계도 더 이상 현실을 외면할 수 없다는 걸 알아야 한다. 저탄소·친환경차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이다. 하루라도 빨리 상황 변화에 적응하려 노력해야지 준비 부족 타령을 하며 시간을 낭비하는 건 현명한 처사가 아니다. 추가 연기는 환경을 보호하고, 변화에 적응하며 산업의 경쟁력을 제고해야 하는 시대 흐름에 역행하는 실망스러운 조치이다. 자동차업계는 대책 없는 연기가 대안이 아니란 걸 깨달아야 한다. 저탄소차협력금제는 예정대로 시행하는 게 옳다. 정부가 진지하게 재검토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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