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기후변화, 핵 위협, 환경파괴, 질병, 인권탄압, 기아 등은 한 나라에 국한하지 않고 전 지구적인 걱정거리가 되었습니다. 언제부턴가 인류문명의 지속가능성에 의문을 던지기 시작했죠. 멈출 생각이 없습니다. 더 많이 생산하고 더 많이 소비합니다. 그동안 지구, 인류, 문명과 같은 근본적인 가치는 가려졌죠. 세계 경제는 그 어느 때보다 성장했지만, 자원감소와 환경파괴가 뒤따랐습니다. 이러한 패턴의 성장은 오히려 성장여력을 감소시켰습니다. 제 이야기가 아닙니다.

반세기 전, 인류와 지구의 미래에 대한 보고서를 발간하는 세계적인 연구기관 ‘로마클럽’이 발표한 ‘성장의 한계’라는 보고서 요지입니다.

민주주의는 어떨까요. 이전에 비해 더 많은 나라가 민주주의 제도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중요한 정책이나 현안을 결정할 때 다수결 원칙이 작동합니다. 정치인을 뽑을 때도 마찬가지죠. 하지만, 선거는 포퓰리즘을 동반합니다. 항상 옳은 선택만 할 순 없죠. 당연히 민주주의는 항상 옳은가라는 질문에 부닥칩니다. 선순환과 악순환이 공존하는 상호관계를 ‘되먹임 관계’(negative-feedback loops)라고 합니다. 마치 지렛대와 같습니다. 한 사람이 위로 올라가려면, 건너편 사람은 아래로 내려가야 하죠. 독립적으로 움직이며 한 방향으로만 영향을 주는 관계는 없습니다.

민주주의와 시장경제가 한계를 향해 달리고 있다면, 우리는 얼마 가지 않아 심각한 위기에 직면할 수도 있습니다. 위기감을 느끼지 못하겠다고요. 그건 인간의 수명이 짧아서겠죠. 긴 시간에 걸쳐 벌어지는 일들은 잘 보지 못합니다.

최근 신고리 5·6호기의 원전 공사를 중단할 건지 아니면, 완공할 건지를 두고 공론조사 준비가 한창입니다. 갈등지점은 원전의 안전성과 경제성 및 환경문제와 전력수급 차질 여부 등인데요, 이 모두가 동전의 양면입니다.

원전이 안전해야 경제성을 담보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원전의 경제성이 입증되려면, 환경과 안전에 문제가 없어야 합니다. 공론이란 무엇일까요. 어쩌면 원전 건설의 중단이냐 완공이냐 혹은, 찬성이냐 반대냐 등의 이분법적 결론은 중요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진짜 중요한 것은 원자력발전소가 인류와 대한민국에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공동체 모두가 관심을 가지고 알아가는 과정입니다. 공론이 형성되는 과정이죠.

공론조사나 타운 홀 미팅은 주권자가 권력을 심사숙고하여 행사할 수 있게 도와주죠. 의사결정에 영향을 주는 정보의 투명성과 객관성도 확보할 수 있습니다. 공론조사를 통해 우리는 전문가의 손에만 맡겼던 과학, 의사결정의 민주적 권위, 경제성의 새로운 판단기준 등을 접하게 될 것입니다.

이제는 공적 의사결정이 이념과 진영의 논리,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논리 등 그 어떤 하나의 논리만으로 이뤄지는 실수를 줄여야 합니다. 신고리5·6호기공론화위원회를 통해 국민께 소개되는 공론조사는 한 정권의 문제를 넘어, 새로운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가능성을 확인하는 계기가 되어야 합니다.

2017년 촛불집회는 시민이 만든 공공과 시장의 실패에 시민이 직접 개입한 사건입니다. 우리가 직면한 과제에 공동의 상황인식이 없었다면, 촛불집회도 없었겠죠. 공론도 형성되지 못했을 거고요. 문재인 정부의 국정이 이와 같은 반석 위에 있다면, 숙의민주주의를 제도화하는 일은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직후, 문 정부의 바로 다음 과제가 될 것입니다.

<최정묵 비영리공공조사네트워크 공공의창 간사>

 

댓글
최근에 올라온 글
«   2024/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