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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변론기일에 김규현 외교안보수석이 출석하여 세월호 참사에 대해 대통령은 책임이 없다고 주장하면서, 성수대교 붕괴 때도 대통령 탄핵은 없지 않았느냐고 했다고 한다. 세월호 참사와 성수대교 붕괴는 어떻게 다를까?

생명권은 그것이 위태롭게 되었을 때에 국가의 보호조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결국 그 국민은 사망에 이르게 된다. 따라서 생명권과 같이 가장 귀중하고도 지고한 기본권의 보호가 문제되는 경우 국가의 기본권보호의무 위반 여부의 심사기준은 단순한 과소보호금지의 원칙이 되어서는 안되고, 엄격한 심사기준이 동원되어야 하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보호조치의 가능성이 있어야 한다. 성수대교 붕괴의 경우에는 갑자기 다리가 붕괴되어 많은 사람들이 순식간에 사망하게 된 사고이기 때문에 국가가 그들의 생명을 구할 시간적 여유나 가능성이 없었던 데 비하여 세월호는 사고가 발생한 오전 8시49분부터 공식적(EPIRB·비상용위치표시무선장치) 침몰시간인 10시30분까지 약 101분 동안 행정부와 그 수반인 대통령이 제대로 된 보호조치를 취했다면 충분히 구조가 가능했다.

둘째, 보호조치의 효율성·적절성이다. 국민의 생명이 위험에 처하게 될 경우에 행정부는 정확한 상황을 파악하고 판단하여야 할 뿐만 아니라(상황파악의무), 그 위기와 재난상황에 대하여 끊임없이 지속적으로 관찰하여야 하며(관찰의무), 상황이 변경될 경우에는 그에 맞는 적절한 대응을 하여야 하는 것이다(대응의무). 그러나 해경이나 해수부 그리고 청와대와 대통령은 사고 초기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거나 판단하지 못했고, 또한 사고상황을 지속적으로 관찰하지도 않았으며, 상황의 악화에 따라 적절히 대응하지도 못했다.

셋째, 보호조치의 충분성이다. 세월호와 같은 대형 재난상황이 발생한 경우, 행정부는 그 규모에 맞는 구조세력을 동원하여 탑승원 전원을 구출하기에 충분한 조치를 취했어야 한다. 그러나 해경 123정이나 해경 헬기 511호,  512호, 513호가 수행한 구조활동은 제일 먼저 선장과 선원을 구조하고 다음으로 승객들을 한 사람씩 고무보트로 실어 나르거나 바구니에 실어서 헬기로 끌어 올리는 원시적인 작업만 수행할 뿐 세월호 안에 갇힌 300명이 넘는 승객들을 퇴선시키는 조치를 전혀 수행하지 않았다. 그리고 일선 해경구조책임자들을 감독하는 해경본청과 해양수산부, 청와대 국가안보실, 행정부의 수반인 대통령 그 어느 누구도 잘못된 구조작업을 시정하는 명령이나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오히려 영상화면만 계속적으로 요구하여 구조작업을 방해하기만 하였다.

넷째, 법익의 균형성이다. 보호조치가 아무리 가능하고 긴급하고 필요하더라도 그러한 조치로 인하여 다른 헌법적 법익과의 충돌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면 그러한 헌법적 법익과의 조화와 절충이 잘 이루어지지 않으면 안되는데, 세월호의 경우에는 탑승자들의 생명권과 충돌하는 다른 헌법적 법익은 존재하지 않았다. 따라서 행정부가 충분히 효과적이고 적절한 보호조치를 제대로 취하지 않았다면 법익의 균형성에도 위반되는 것이다.

2014년 4월16일 대통령이 만일 국가공무원법상 출근시간인 오전 9시에 출근하여 대통령 집무실이든, 위기관리상황실이든 착석해 행정부와 필요한 경우 해군력까지 지휘·통솔하면서 헌법 제69조로부터 나오는 “대통령으로서의 성실한 직책수행의무”를 제대로 이행했다면 세월호의 침몰 자체는 막을 수 없었다 하더라도, 세월호 침몰로 인한 304명의 대형 참사는 방지할 수 있었을 것이다.

세월호의 경우 대형참사를 행정부가 충분히 막을 수 있었음에도 막지 못했다는 점에서 세월호 참사를 성수대교 붕괴 등 다른 재난의 사례와 같게 보는 것은 적절치 못하며 행정부의 수반인 대통령은 생명권보호의무 위반에 대한 헌법적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방승주 |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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