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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집회가 5일로 100일을 맞았다. 지난해 10월29일 첫 집회 이후 지난 주말까지 14차례에 걸친 1200만 촛불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이끌어냈고 이제는 국가 대개혁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달라진 게 없다. 인적청산도 개혁입법도 무엇 하나 이뤄진 것이 없다. 청와대는 법원의 영장을 들고 온 특검의 압수수색조차 거부하며 버티는 마당이다. 그사이 보수 재결집을 노리는 수구세력의 반격은 갈수록 노골화하고 있다.

보수성향 50여개 단체가 모인 탄핵반대 집회는 주말마다 촛불을 조롱하고 색깔론을 들이대며 도 넘은 언행을 계속하고 있다. 일부 참석자들은 “촛불집회를 못하게 계엄령을 선포하자”거나 특별검사에 대해 “빨갱이”라는 막말을 쏟아내고 있다. 대한민국의 가치를 훼손한 박 대통령과 최순실 세력을 옹호하면서 국기(國旗)를 흔드는 장면은 참고 보기가 힘들 정도다. 친여보수언론이 이를 ‘태극기 집회’ 운운하며 기계적 중립이란 허울 아래 촛불과 같은 반열에 놓는 것은 공정보도라 할 수 없다.  

이런 현상은 박 대통령이 난데없이 보수매체 인터뷰에서 이른바 ‘태극기 집회’를 두둔하고 촛불집회에 음모론을 제기하면서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극우보수의 궐기를 선동하고 대대적인 갈등을 촉발시켜 위기를 돌파하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주말 서울 대한문 앞에서 열린 집회엔 새누리당 김진태·윤상현·조원진 의원과 김문수 전 경기지사·이인제 전 의원 등이 보란 듯이 대거 참석했다. 그동안 쭈뼛쭈뼛하며 여론의 눈치를 보던 친박계 의원들이 조직적으로 박 대통령 총력 사수에 나선 양상이다. 김진태 의원은 아예 특검 수사를 제한하는 법안까지 발의했다. 한술 더 떠 새누리당은 새로운 당명에 ‘보수’를 명시하고, 로고도 태극기를 연상케 하는 쪽으로 바꾸기로 가닥을 잡았다고 한다. 박 대통령과 실질적 공범인 친박계가 석고대죄하기는커녕 골수 지지자들을 방패 삼아 나라야 쪼개지든 말든 자신들의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고 있는 것이다. 참으로 뻔뻔스러운 정당이다.

개혁입법 처리 ‘0건’이란 성적표도 부끄럽기 그지없다. 경제민주화법안 등 대부분의 법안들이 해당 상임위 법안심사소위에 계류된 채 변변한 심의 한 번 열리지 못했다고 하니 더 할 말이 없다. 박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된 지 두 달이 다 되도록 적폐 청산의 골든타임을 허송한 것이다. 여야는 분명히 알아야 한다. 촛불은 기성 정치인들에게 대선 멍석을 깔아주는 불쏘시개나 하자고 타올랐던 게 아니다. 촛불은 아직 꺼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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