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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말, ‘소년원의 존재 이유는 소년 보호’라는 경향신문 칼럼에서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은 최근 춘천소년원과 전주소년원에서 발생한 보호소년 대장암 발병 및 실명 사례를 통해 소년원의 존재 이유와 사회적 역할에 의문을 제기했다. 청소년 범죄는 처벌보다는 보호를 통한 재범 방지와 교정·교화의 기능이 중요하지만, 우리의 소년원은 학교라는 근사한 이름만 있을 뿐, 아이들을 군대식 좁은 감방에 가둬놓고 혼을 내고 질서를 잡는 게 전부라고 비판했다. 교육활동을 제대로 할 리 없고, 성장기 청소년을 위해 최소한의 운동도 시키지 않는 수용시설로 왜곡함으로써 소년원이 총체적으로 인생을 망가뜨리는 곳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일부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 소년원 교사들은 보호소년이 건전한 사회구성원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사명감과 책임감을 가지고 교과교육, 직업능력 개발훈련, 재활교육에 임하고 있다. 영어 발음 기호도 모르는 아이들을 가르치느라 주말까지 출근해서 검정고시를 준비하고, 그 과정에서 무엇 하나 끈기 있게 해본 적이 없는 아이들에게 인내심과 자신감을 키워주고 있다. 공교육이 포기하고 내팽개친 아이들을 교육하는 곳이 소년원 학교인 것이다. 따라서 인권연대가 지적했듯이 간판만 학교라고 붙여놓은 것은 아니다.

보호소년의 대부분은 결손가정에서 자랐다. 가정폭력과 학대, 경제적 빈곤으로 가출하여 학교를 그만둔 후, 비슷한 처지의 친구들과 어울리며 비행을 반복하다 결국 소년원 처분을 받는다. 소년원 퇴원 후에 사회로 나가지만, 이들을 둘러싼 환경은 변한 게 없다. 따라서 소년원은 아이들이 자립하여 건전한 사회구성원으로 생활할 수 있도록 검정고시 합격이나 복학을 위한 교과교육과 제과제빵, 헤어디자인, 자동차 정비, 바리스타, 네일아트 등의 실질적인 직업훈련 교육을 병행한다.

또한 유년시절 부모에게 학대받고 버림받은 상처와 트라우마로 우울증, 분노조절장애 등을 가진 아이들을 위해 인성교육 및 재활교육, 개별 상담 프로그램을 운영중이다. 평일에는 매일 담임교사와 함께 1시간 이상 축구와 농구 등 체육활동을 하도록 해 수용생활의 스트레스를 덜어주고, 건강한 신체를 가꾸도록 돕고 있다.

사회에서 불규칙한 생활과 식습관, 음주와 흡연, 환각물질 흡입 등으로 몸이 망가졌던 아이들은 소년원에서의 규칙적 생활과 식사, 운동, 외부체험 활동으로 대부분 건강을 회복한다. 보호소년 대장암 발병과 실명 사례는 인권연대 조언대로 소년원 의료시스템 전반을 근본적으로 개선하는 전화위복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인권연대가 지적한 내용 중 사실과 어느 정도 부합하는 것은 ‘수십 명이 부대껴야 하는, 생활실이라 부르는 좁은 감방’이라는 표현이다. 현재 전국 10개의 소년원은 대부분 수용정원을 초과한 과밀수용 상태이다. 한 호실에서 많게는 15~20명의 보호소년이 생활하고 있다. 이러한 수용환경은 필연적으로 서열과 군대식 고참 문화를 낳는다. 이 때문에 고참 행위를 하는 일부 학생들을 적발하여 교육하고, 괴롭힘을 당하는 학생과 다수의 선량한 학생들의 인권을 보호하는 생활지도가 소년원 담임교사의 중요한 업무 중 하나다.

지난해 발생한 부산 여중생 폭행사건 후, 소년법 폐지와 엄벌을 요구하는 국민적 공분으로 온 나라가 들끓었다. 하지만 이러한 비판은 인권 친화적인 수용환경 개선과 같은 보호처분의 내실화를 위한 토론으로 발전하지 못한 채, 여론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 비판의 대상이 사회적 약자이자 선거권이 없는 청소년, 그중에서도 비행청소년이기 때문일 것이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가정과 학교와 사회로부터 소외된 비행청소년들을 헌신적으로 보살피고, 퇴원생의 취업과 사회 정착을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니며 박봉을 털어 고시원비를 지원해주는 공무원도 있다. 아이들의 인생을 총체적으로 망가뜨리는 것은, 비행청소년의 삶과 아픔을 대변해주는 소년원 학교의 교사인지, 아니면 비행청소년에 대한 대중의 혐오가 내놓는, 사회로부터의 격리와 관용 없는 엄벌이라는 낙인인지 묻고 싶다.

<최원훈 법무부 소년보호직 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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