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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한성 전 대법관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변호인단에 합류했다고 경향신문이 보도한 후 이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다. 대한변호사협회는 지난 3일 ‘전직 대법관의 이재용 상고심 사건 변호는 부적절하다’는 성명을 냈다. 전관예우를 근절하려는 법조계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는 것이다. 김한규 전 서울변호사회 회장도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공익활동에 전념하겠다고 한 차 전 대법관이 약속을 파기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차 전 대법관은 사건에서 손을 떼라고 촉구했다.

차 전 대법관의 변호사 수임은 부적절하다. 법원의 최고위직을 지낸 인물이 대통령에게 뇌물을 주는 등 국가적인 범죄를 저지른 혐의를 받고 있는 재벌 총수를 변호하는 데 나선 것은 시민의 시각에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차 전 대법관의 변호사 선임은 변호사 개업 당시 그가 한 약속과도 어긋난다. 차 전 대법관은 2015년 3월 대한변협에 낸 변호사 개업 신고서가 반려되자 ‘상당 기간 공익법인 활동을 하겠다’고 약속하고 법무법인 태평양 산하 공익법인 이사장으로 활동했다. 그런 그가 재벌 총수 변호에 나섰으니 대한변협의 신고서 반려에 반대하며 그를 옹호했던 김한규 당시 서울변회 회장이 비판한 것은 당연하다. 이런 수준의 공익 의식을 가진 사람이 대법관이었다니 여간 실망스럽지 않다.

이 부회장 변호를 맡은 법무법인 태평양이 그를 상고심에 투입한 이유는 뻔하다. 법리 논쟁을 위해서라는 것은 명분일 뿐 그의 대법원 내 연고를 활용하겠다는 뜻이다. 지난 1, 2심 때는 빠져 있다가 뒤늦게 변호인단에 들어간 것도 이를 의심할 만하다. 차 전 대법관과 함께 근무했던 현직 대법관이 5명이나 된다. 대법원의 한 부는 소속 대법관 4명 중 3명이 그와 함께 근무했다. 전원합의체로 가도 전관예우 논란은 피할 수 없다. 결국 그의 변호사 선임 자체가 시민들의 법 감정과 상식을 무시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퇴임 대법관이 변호사 개업을 하지 않는 쪽으로 자리를 잡아 가고 있다. 차 전 대법관이 재벌 변호인단에 합류한 것은 시대 흐름에 역행하는 처사가 아닐 수 없다. 차 전 대법관과 태평양, 삼성, 이재용 부회장은 이번 결정을 심각하게 재고해 보기를 권한다. 시민들이 요구하는 직업 윤리와 정의를 스스로 지키지 못한다면 법으로 규제할 수밖에 없다. 전직 대법관들의 돈벌이 변호를 막는 입법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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