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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자치경찰제는 지난 참여정부에서 당초 기대와는 달리 제주특별자치도에 한하여 부분적으로 도입하는 시범 실시에 그치고 말았다. 이번에는 개헌과 함께 지방분권을 대폭 확대한다는 취지에서 자치경찰제의 전면 도입론이 활발히 전개되고 있으며, 비대화되는 경찰권에 대한 통제방안으로서 수사권 조정 문제와도 연계되어 더욱 주목받고 있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발표된 ‘자치분권 로드맵’은 핵심전략 제1호인 ‘중앙 권한의 획기적인 지방 이양’의 일환으로 ‘광역단위의 자치경찰제’ 도입을 제시하였다.

이에 따르면, 국가경찰은 전국 치안 수요에 대응하고 자치경찰은 지역 주민 밀착형 치안서비스를 제공하여 지역별 다양한 치안서비스 요구에 부응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주민의 안전과 지역사회의 질서 유지를 위한 경찰 사무는 주민에게 가까운 지방자치 조직에 배분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한편 국정원 개혁의 일환으로 대공수사권을 경찰청으로 이관한다는 점까지 고려한다면 더욱 비대화되는 경찰권을 어떻게 견제할지에 대한 방안도 함께 고민되어야 할 것이다. 정보와 수사의 결합으로 인한 인권침해 사례를 우리는 머지않은 과거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자치경찰제 실시는 권력분립을 통한 효율화, 수사권 조정을 위한 전제로서 피할 수 없는 단계에 와 있다.

이제 ‘어떠한 자치경찰이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집중하여 합리적인 답을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 솔루션으로 광역단위의 실효적인 자치경찰제가 도입된다면 중앙집권적 경찰권이 어느 정도 분산되고 민주통제를 통해 그 폐해도 예방될 것이다.

그러나 경찰개혁위원회가 발표한 ‘자치경찰 모델’을 보면, 기존 국가경찰 제도에 자치경찰 제도를 추가하여 자치경찰은 지역의 치안과 경비, 성폭력, 가정폭력, 학교폭력 등 일부 사건만 자체적으로 수사하고, 대부분의 사건 수사는 여전히 국가경찰이 담당하게 되어 애초의 취지와 거리가 멀다.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상황, 생활권의 광역화 등을 감안할 때 불가피해 보이는 시·도 단위 자치경찰제 도입은 아주 새로운 것이 아니다.       

경찰법 제2조 제2항은 시·도지사 소속으로 지방경찰청을 두도록 규정하고 있다. 자치 치안의 확립을 위해서는 광역단위로 지방청 이하는 포괄적으로 조직과 권한을 자치경찰로 전환해야 제도의 목적을 살릴 수 있다.

지방경찰은 지방자치의 원리인 전권한성(全權限性)에 맞게 과감하게 자치경찰로 이양하여 지역 치안을 완전히 행사할 수 있게 하되, 전국적이고 전문적인 치안서비스와 수사 업무에 관해서는 국가경찰의 협조를 얻어 연계하면 될 것이다.

경찰의 수사 기능을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의 관할권 배분으로 나누는 것은 애초부터 불가능하다. 수사권은 행정조직의 권한 문제가 아니라 형사법상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자치경찰에 대한 견제와 감독은 경찰청장이 아니라 경찰위원회를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 현재 행정안전부 장관 소속인 경찰위원회를 국무총리 소속의 국가경찰위원회로 격상시켜 일본의 공안위원회 이상의 권한을 부여하고, 시·도 경찰위원회에 실질적인 결정권을 부여하여 지방 단위에서 시·도지사의 권한을 견제하면서 지역 실정에 맞는 치안정책을 수립·실시하게 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자치단체장의 개입과 지역유착으로 인한 수사 기능 왜곡을 우려할 수도 있는데, 이 문제에 대해서는 사법통제기관인 검사의 수사지휘를 통해 해결하면 될 것이다.

자치경찰제의 전면 실시가 쉽지 않은 문제이긴 하나, 그럴수록 지방분권의 원칙에 충실해야 한다.

가장 큰 취지인 주민생활 밀착형 치안서비스 제공, 국가경찰의 축소 및 분산을 통한 민주화를 달성하고 수사권 조정의 전제를 충족하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 ‘내 삶을 바꾸는 자치분권’을 위한 자치경찰의 모습을 기대한다.

<오승규 중원대학교 법무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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