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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가 28일 종교적 신념이나 양심을 이유로 병역을 거부한 사람을 처벌하는 병역법 조항은 합헌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대체복무제를 병역의 한 종류로 인정하지 않은 조항은 헌법에 부합하지 않으므로 2019년 말까지 대체복무가 가능하도록 병역법을 개정하라고 요구했다. 병역거부자 처벌이 병역 자원 확보와 병역 부담의 형평을 위해 정당하다고 보면서도 대체복무제를 마련해 법과 현실의 괴리를 줄이라는 것이다. 양심적 병역거부 자체를 온전히 인정한 결정은 아니지만 그 취지를 분명하게 수용하고 대체입법을 촉구한 점은 환영할 일이다.

축하의 악수 28일 헌법재판소가 대체복무제 없는 병역법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자 헌법소원 등을 청구했던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이 서울 종로구 헌재에서 서로 축하의 악수를 나누고 있다. 권도현 기자 lightroad@kyunghyang.com

헌재는 결정문에서 “대체복무제가 규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처벌한다면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해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나아가 “병역종류조항에 대한 입법부의 개선입법 및 법원의 후속조치를 통해 해결될 수 있는 문제”라고 부연했다. 대안도 없는 상황에서 아무리 엄하게 처벌해도 양심적 병역거부자가 끝없이 양산될 수밖에 없는 불합리한 현실을 인정하자는 것이다.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이 극소수에 불과해 국방력에 영향을 미칠 정도가 아니라고도 했다. 대체복무제를 도입해 양심의 자유를 지키면서도 병역의무도 이행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헌재 결정은 병역거부자 처벌을 규정한 병역법 조항 자체가 위헌인지 여부를 가린 것뿐이다. 본질은 ‘정당한 사유’가 없으면 입영 거부를 처벌하도록 한 병역법 제88조 1항의 ‘정당한 사유’에 양심적 병역거부를 포함시킬 것이냐의 문제다. 그 판단은 대법원에 달려 있다. 대법원은 양심적 병역거부를 온전히 인정할지 여부를 전원합의체에서 결론짓기로 하고 8월 말 공개변론 일정을 잡아놓았다.

양심적 병역거부를 이유로 해마다 600명 안팎의 사람들이 처벌받는 부끄러운 인권 현실을 더 이상 방치해선 안된다. 대체복무제와 안보를 둘러싼 환경이 과거와 크게 달라졌다. 그동안 세 차례나 7 대 2 의견으로 병역법 처벌조항을 합헌이라고 판단했던 헌재도 이번에는 합헌 4 대 위헌 4, 각하 1로 합헌과 위헌 의견이 대등했다. 양심적 병역거부를 허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물론 현역복무와 대체복무 사이에 복무의 난이도나 복무 기간의 형평성을 갖추고, 양심적 병역거부를 제대로 판정하는 일은 쉽지 않은 과제이다. 사회적 논의를 거쳐 공정한 병역 의무를 이행하는 합리적 방안을 찾기를 기대한다. 국회와 정부는 헌재의 결정에 따라 대체복무에 대한 조건과 기준을 마련하는 입법 논의를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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