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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케미칼의 차광호 해고자복직투쟁위원회(해복투) 대표의 하늘싸움이 1년이 지났다. 그와 함께하는 스타케미칼 해고자들은 회사를 팔고 떠나려는 소위 ‘먹튀 자본’에 맞서 고용, 단협, 노조 승계를 내걸고 싸우고 있다. 자본은 이미 폐업하고, 공장을 팔고 떠날 만반의 채비를 하고 있지만, 해고자 11명이 남아 공장을 지키고 민주노조를 사수하고 있다. 누구한테 억울함을 호소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2014년 해고자들은 싸움의 의미를 만천하에 알리고 그들의 결연한 의지를 선포하기 위해 차광호 대표의 굴뚝싸움을 택했다. 그 투쟁이 이제 1년이 넘었다. 그간 자본은 여론의 압력에 밀려 대화 제스처를 취하고는 있지만 뾰족한 대답이 없다. 해고자를 공장으로 보낼 무언가 새롭고 획기적인 국면 전환이 필요한 때다.

스타케미칼 해고자들의 싸움은 이익만 얻고 노동을 철저히 희생시키는 자본의 야만스러운 ‘먹튀 행각’에 맞서는 대대적인 항의 행동이다. 2005년 말 한국합섬 시절부터 자본은 경영난을 핑계로 단체협약 합의사항을 일방적으로 파기하고 구사대와 용역깡패를 동원해 대량의 정리해고를 단행하려고 했다. 이에 굴하지 않고 정리해고를 철회시키고 공장의 정상 가동을 이끌어낸 것이 바로 민주노조였다. 그러나 한국합섬은 2007년 5월 돌연 폐업함으로써 노동자를 거리로 내몰았다. 그러한 상황에서도 민주노조는 채권단 대표인 산업은행, 정부 등을 상대로 투쟁을 전개해 2010년에 스타플렉스(스타케미칼의 대주주)에 의한 회사 인수 당시 고용, 단협, 노조 등 세 가지 승계를 쟁취했다. 그리고 해고자 100명이 공장으로 되돌아갔다.

스타케미칼은 싼값에 회사를 인수했고, 이후 회사 인수비용에 근접하는 영업이익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것도 모자라 다시 자본은 대대적으로 노동을 비정규직화하려는 압박을 가했다. 그러나 노조의 반대가 문제였다. 2013년 스타케미칼은 한국합섬이 한 것과 똑같은 먹튀 행각을 벌였다. 공장 가동 중단과 폐업으로 다시 노동자를 거리로 내몬 것이다. 이리하여 ‘얼굴도 체면도 없는’ 자본에 맞서는 힘겨운 싸움을 스타케미칼 해고자들이 시작했다. 그 상징이 차광호의 굴뚝이다.

정리해고 비정규직법 전면폐기를 위한 오체투지 행진단이 국회의사당 앞에서 쌍용차 해고자 복직과 정리해고 철폐를 요구하고 있다. 이날 오체투지 행진에는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들과 스타케미칼, 콜트-콜텍 등 정리해고 노동자 등이 참여했다. (출처 : 경향DB)


스타케미칼 해고자들의 싸움은 공장과 일터를 가장 책임 있게 지키려는 운동이다. 먹튀 자본에 공장은 그저 손쉽게 이익을 얻고, 부담되면 팔아버리면 그만인 ‘재산’일 뿐이다. 그러나 노동자들에게 공장은 산업현장이자 일터다. 설비를 어떻게든 팔아치우고 고용은 나 몰라라 하는 무책임한 자본과 달리, 노동자들은 그들의 일터를 지켜야 할 입장이다. 스타케미칼 해복투의 굴뚝농성은 그들의 일터인 공장을 지키고 살려내려는 건강한 노력인 것이다.

마지막으로 스타케미칼 해고자들의 싸움은 노조의 공공성을 지키기 위한 몸부림이다. 노조는 자본의 이익에 종속된 사사로운 ‘타협 조직’이 아니라, 노동의 이익과 일터를 지키고 자본의 전횡을 막아내는 공공적인 ‘계급 조직’이다. 그러나 스타케미칼 노조의 일부 집행부는 중요한 고비에서 자본의 먹튀 행각에 편승해 ‘청산매각 반출합의서’를 써주고 위로금을 챙겨 회사를 떠나버렸다. 노동의 이익과 공공성을 추구해야 할 노조가 자본의 이익과 교묘히 타협해버린 상황에서, 해고자 11명이 외롭지만 민주노조를 대신하고 나섰다. 해고자 투쟁, 그리고 1년 넘는 굴뚝싸움은 먹튀 자본에 맞서 일터를 안정적으로 지킴에 있어서 진정한 노조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강조하고 있다.

이제 먹튀 자본에 맞서서 일터를 지키고 노조의 공공성을 지켜온 스타케미칼 해고자들의 싸움이 ‘매듭’지어져야 될 때가 왔다. 20년간의 투쟁, 그리고 1년이 넘는 하늘싸움에 이제 자본과 정부가 화답해야 할 때다. 그들의 소박한 꿈인 고용, 단체협약, 노조 승계 등 세 가지 조건과 더불어 하루속히 해고자들이 공장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송주명 |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 공동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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