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정부가 어제 경제부처 합동으로 ‘제1차 노동시장 개혁 추진 방안’을 발표했다. 지난 4월 노사정 대타협이 결렬된 지 두 달여 만에 다시 노동시장 구조개혁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이다. 정부는 그 배경으로 급속한 인구 고령화와 노동시장 양극화, 낙관적이지 않은 경제 전망, 2000년 이후 최악의 5월 청년 실업률 등을 꼽았다. 노동시장이 개혁돼야 미래세대의 청년들이 더 좋은 일자리를 갖게 되고 중·장년의 고용이 안정되며 기업 간·세대 간·고용형태 간 양극화가 완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노동시장에 대한 정부의 이 같은 인식은 근본적으로 문제가 있다. 이번 1차 방안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청·장년 간 상생고용’부터가 그렇다. 60세 정년 의무화로 청년층 취업난과 장년층 고용불안이 우려되는 만큼 임금피크제 도입을 통해 세대 간 상생고용을 촉진한다는 게 고용노동부의 입장이다. 거기에는 청년층의 취업난이 장년층의 고임금에 기인하고 그에 따른 세대 간 갈등이 존재한다는 전제가 숨어 있다. 청년 실업이 경기 동향이라든가 기업 투자 등 정부 정책에 더 크게 영향을 받는다는 건 천하가 다 아는 사실이다. 정부의 책임이 더 크고 해결책도 거기서 나와야 한다. 그런데 정부는 책임자가 아니라 세대 간 밥그릇 싸움의 조정자 행세를 하는 격이 됐다.

광고

쌍용차 해고자·복직자와 일반 자동차공장 노동자의 건강 설문결과 비교(%) (출처 : 경향DB)


‘정규·비정규직 상생촉진’도 마찬가지다. 표현 자체에서 비정규직 문제가 정규직의 기득권 때문에 풀리지 않는 것이라는 인상을 심어준다. 정부가 심심하면 꺼내는 ‘정규직 과보호론’과도 궤를 같이한다. 비정규직 문제가 심각한 사회적 갈등 사안이 된 데는 정부 책임이 컸던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제도적으로 비정규직을 양산했을 뿐 아니라 기업의 편법·탈법을 제대로 통제하지도 못했다. 비정규직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비정규직 남용을 억제할 수 있는 강력한 입법이 필요하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상생이라는 접근법은 한계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번 1차 방안에 대해 노동계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노동부는 이번 방안이 그간의 노사정 기본합의와 대타협 논의 결과를 토대로 마련한 것이라고 하지만 노동계는 정부의 일방적 의견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사회적 합의에도 실패한 것이다. 이런 사회적 합의의 부재 상태에서 노동 문제 인식까지 왜곡되어서는 노동개혁이 성공하기 어렵다. 노동부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댓글
최근에 올라온 글
«   2024/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