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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공기업 경영평가를 위해 중부내륙 관광의 거점인 단양과 영월에 다녀왔다. 지난달 마지막 주 목요일 단양으로 이동하며 충주호 상류에 산재한 비경들을 감상했다. 북한강 수계의 소양강댐과 마찬가지로 남한강 수계의 충주댐은 상류지역인 단양과 영월의 발전을 제약해 왔다. 한강수계관리기금이라는 당근책에도 수도권의 물안보를 위해 희생해 왔다는 지역정서가 여전하다.

목요일 저녁 숙소에서 목격한 기다란 줄은 금요일 오전 관광특수에 힘입어 지역경제가 살아나고 있다는 단양관광관리공단 이사장과의 인터뷰를 통해 이해가 되었다. 한국 경제의 고도성장을 견인한 동남권 제조업 도시들의 쇠퇴를 보완하는 중부내륙권 서비스업 도시의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단양의 부상은 군청과 주민들이 헌신한 결과이다. 수도권을 위해 조절되던 댐수위가 단양수중보 건설로 안정되자 유람선과 마리나 사업도 가능하게 되었다. 열악한 지방재정에도 단양군청이 투자한 만천하스카이워크나 다누리아쿠아리움은 고수동굴이나 단양 8경으로 대표되는 자연경관과 시너지를 창출하고 있다.

최근에는 체류형 관광을 담보하는 자연휴양림이 각광받고 있다. 얼마 전 개장한 소백산자연휴양림은 특유의 자연경관에 너와집, 십승지, 북카페, 승마장 등과 같은 테마를 구비했다. 청정한 휴양단지 어디서나 소백산을 병풍 삼아 영춘면 벌판과 남한강 물길을 조망할 수 있다. 더불어 지역 명소인 구인사와 온달관광지가 지척인 점도 매력적이다.

단양 일정을 마치고 영월로 이동했다. 물길을 따라 상류로 올라가 보았다. 단양보다 먼저 지역특화발전을 표방한 영월은 이미 국제슬로시티로 지정된 상태이다. 영월 발전을 위한 관민의 헌신은 김삿갓계곡, 한반도면, 단종제, 박물관 고을, 별마로천문대 등과 같은 네이밍이나 시설 유치에서 잘 드러난다.

소백산맥 능선을 경계로 단양은 물론 영주, 봉화, 정선, 평창 등과 접한 영월은 오지의 길목이자 광산업의 보고였다. 1980년대 이후 석탄산업 합리화에 따른 지역경제의 타격을 만회하기 위해 지역공동체가 결속했던 것이다. 영월군 곳곳에 산재한 역사문화와 자연지리를 인문학적 상상력을 통해 재창조한 열정이 당시의 성공 비결이다. 지방 소멸을 막기 위한 대안으로 제시된 일본의 지방 창생과 마찬가지로 영월의 분투는 우리나라 자치분권의 개막을 알리는 청신호였다.

하지만 인구 4만명이 무너진 영월군의 장기 침체는 미래를 향한 열정까지 약화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안타깝다. 영월군시설관리공단 직원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관광수지가 계속 악화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기존 시설의 보수나 신규 사업의 발굴도 부진하다. 

영월이 슬로시티를 제대로 구현하기 위해서는 화려한 조연이 필요하다. 우선 인프라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인접 자치단체들과 협업하거나 중앙의 지원을 유도해야 한다. 또한 동강시스타의 경우처럼 새로운 민간 투자자를 유인해 고갈된 활력을 보충해야 한다. 

약자로 전락한 지방의 도전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자치분권의 유용성에 대한 중앙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규모의 경제를 앞세워 약탈적 효율성을 추구하는 행태는 전형적인 산업사회의 논리다. 지금 당장은 우리에게 익숙한 방식이지만 갈수록 심화될 복잡성의 무게를 감내하기 어려워질 것이다. 시민이나 소비자의 감동은 다원적인 서비스 경쟁을 통해 도달 가능한 목표이기 때문이다.

<김정렬 | 대구대 도시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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