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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우리 사회는 상식과 윤리 그리고 생명의 존엄이라는 가장 근본적인 약속을 아무렇지도 않게 깨는 사건 사고들이 끊임없이 발생해 국민들이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다. 도대체 세상이 왜 이렇게 삭막해지는지, 앞으로 무엇을 믿고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불안해진다. 그 불안이 도미노 현상으로 확대된다면 우리 모두 불행해지므로 우리는 이제 희망을 찾고 꿈을 키우며 행복을 이야기해야 한다.

그래서 아름다운 약속이 얼마나 큰 힘을 갖고 있는지를 증명해보인 음악 페스티벌을 소개하고자 한다. 바로 양방언의 여우락(樂)이다. ‘여기 우리의 음악이 있다’는 뜻인데, 다양한 장르의 음악인들이 콜라보레이션으로 신선한 음악 활동을 펼쳐 국내 음악팬들을 열광시키고 있다. 올해가 5회째인데 ‘2014 여우락’에서는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양방언의 아름다운 약속이 지켜진 감동의 무대가 관객들에게 행복을 선물했다.

지난 5월24일 SBS <놀라운 대회 스타킹>에 발달장애를 갖고 있는 국악인 최준이 출연했다. 최준은 지적장애에 속하는 자폐성 발달장애로 사회성이 아주 떨어지지만 음악에 뛰어난 능력을 보이며 피아노 병창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했다. 양방언은 그런 최준의 음악성을 평가해달라는 섭외가 들어왔을 때 약간 망설였다고 한다.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것에 대한 부담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신의 멘티가 장애인이라는 말에 그는 단숨에 날아왔다. 최준이 인터뷰할 때는 발달장애로 인한 어눌함이 있었다. 하지만 그가 홍보가를 뽑아낼 때는 명창이었고, 피아노 앞에서 연주를 하는 모습은 그 어떤 피아니스트보다 진지함에 놀라 양방언은 최준의 음악에 대해 장애라는 잣대가 필요 없고 음악성 자체로 뛰어나다고 극찬하며 자신의 공연에 초대해 함께 무대에 서겠다고 약속했다.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 양방언(국립극장 제공)


시청자들은 아마 그 약속을 잊었을지도 모르지만 양방언은 그 약속을 지켰다. 여우락 페스티벌이 무르익어갈 무렵 양방언은 만남이란 화두로 최준을 소개했다. 세계적인 뮤지션들과 같은 무대에 선 최준은 한 치의 실수도 없이 아주 멋진 공연을 펼쳐 관객들을 숨죽이게 했다.

공연을 마친 최준을 양방언은 사랑스럽게 안아주며 관객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하는 방법을 유도해주었다. 그 모습에 가슴속에 있던 찌꺼기들이 말끔히 사라지는 듯한 치유를 느꼈다. 사람이 이토록 위대할 수 있구나, 만약 천국이 있다면 바로 이런 모습이겠구나 하는 수만가지 느낌이 교차되었다. 관객들이 원하는 것은 바로 이런 아름다움의 향유였다.

양방언은 발달장애 청년 음악인과의 약속을 지킴으로써 최준에게 음악성을 증명해보일 수 있는 기회를 준 명장이다. 그는 장애음악인들에게 희망을 주었고, 관객들에게 인간과 예술이 만드는 감동의 진수를 보여준 덕장이다. 게다가 그 자리에 장애인과 그 가족을 초대해 공연을 관람할 기회가 없는 장애인들에게 문화 향유의 기쁨까지 주었다.

앞으로 이런 콜라보레이션의 기회가 많았으면 좋겠다. 일반 예술인의 무대에 단 한 명의 장애예술인이라도 초대해 함께 공연을 하는 무대가 늘어난다면 장애예술인의 가장 큰 어려움인 발표의 기회 부족이 조금은 해결될 테고, 그런 공연을 통해 장애인에 대한 인식 개선이란 두 가지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대한민국이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남다른 어려움을 이겨내고 자신의 길을 열심히 가고 있는 사람들을 응원하고 어려운 이들의 손을 잡고 함께 가주는 사람들을 칭찬해주는 긍정의 힘을 발휘해야 한다. 양방언과 같은 아름다운 약속이 많아지면 대한민국은 활짝 웃을 수 있을 것이다.


방귀희 | 솟대문학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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