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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7월9일은 남수단이 수단으로부터 독립한 지 3년째 되는 날이다. 그러나 독립을 축하하는 축가가 울려 퍼져야 할 거리는 전운이 감돌고 있다.

1948년 이집트로부터 독립한 수단은 북부지방에는 이슬람교의 아랍계 사람들이, 남부지방에는 기독교의 아프리카계 사람들이 각각 터전을 잡았다. 석유 수출을 통한 막대한 국가 수입 대부분이 북부 수단에만 투입되자 남부 수단은 산업이 발달하지 못해 오랜 기간 빈곤 상태에 놓이게 되었다. 이 때문에 남수단은 30년 넘게 수단으로부터 독립투쟁을 진행해 왔다.

2011년 1월, 남수단 사람들의 오랜 독립에 대한 열망과 국제사회의 조정으로 남수단 독립을 위한 국민투표가 극적으로 이루어졌다. 전체 유권자의 98%가 참여해 99% 찬성이라는 놀라운 투표결과로 남수단은 7월9일, 수단으로부터 독립하게 되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해임된 부통령이 군사 쿠데타를 일으키면서 또다시 내전이라는 절망의 소용돌이에 빠졌다.

내전으로 집과 고향을 잃은 이재민이 100만명, 이웃 나라로 건너간 피란민의 수가 36만명을 넘어섰으며 피해 규모는 더욱 커지고 있다.

아프리카 남수단 나이얼에서 한 가족이 세계식량계획(WFP)이 제공한 식용유를 나누고 있다. 만성적 기아에 시달려온 남수단 주민들은 내전까지 겹쳐 풀뿌리로 연명하는 일도 많다. _ AP연합뉴스


무엇보다 큰 문제는 이재민 100만명 중 절반인 50만명이 내전으로 부모를 잃은 아이들이라는 점이다. 아이들은 전쟁으로 인한 신체적, 정신적인 충격 등 1차적인 피해뿐만 아니라 교육 기회 박탈, 보건 위생 시설 부족 등 2차적 피해에 고스란히 노출되고 있다. 대부분 성인은 전쟁으로 사망해 인구 절반이 18세 이하 아동으로 구성된 일명 ‘어린이들의 나라’로 불리는 남수단의 미래를 위해서는 이 아이들을 위한 치료와 지속적인 교육지원사업이 시급하다.

필자는 내전 발생 후 지난 1월부터 현재까지 긴급 구호 활동을 실시하고 있던 중 남수단 남쪽 우간다 접경지인 니믈레 지역에서 반가운 얼굴을 만났다. 내전을 피해 남쪽으로 내려온 종글레이 주의 보르 지역 주민들로 지난 2년 동안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이 지역개발 사업을 진행하며 동고동락했던 사람들이었다. 내전 이전부터 지역개발을 위해 함께 노력했던 봉사단원들이 내전 발발 후에도 떠나지 않고 여전히 손잡고 땀을 흘리자 지역주민들이 또다시 힘을 내기 시작했다.

남수단 내전 이재민들에게 물질적인 도움이 시급히 요구되지만 국제사회가 여전히 남수단의 평화와 안정을 기대하고 응원하고 있다는 사실이 주민들에게 전해진다면 이들의 자립에 큰 촉매제가 되지 않을까. 월드컵의 열기로 전 세계가 축제 분위기에 빠진 7월, 세상에서 가장 어린 나라 그리고 가장 소외된 나라 남수단도 다음 월드컵을 함께 즐길 수 있도록 더욱 많은 분들의 사랑과 관심을 기대해 본다.


권기정 |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남수단 국가사무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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