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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수 교육부 장관 후보자의 자질 시비가 일고 있다. 교수로서의 연구윤리를 폭넓게 어겼다는 세간의 의혹들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교육부 장관이 될 수 없음은 자명한 이치다. 그리고 이것이 사실이라면 정부의 인사검증 시스템의 부실에 심각한 좌절감을 느끼게 되는 것도 당연하다.

나는 여기서 세간에서 제기된 의혹 외에 김 후보자와 같은 교육학 교수로서 느끼는 교육학계의 문제를 엄중하게 짚고자 한다. 그가 교육부 장관 후보에 지명된 근거가 무엇일까를 곰곰이 따져본다. 그는 장관 후보자로서 신뢰를 보낼 만큼의 이렇다 할 학문적 지명도나 사회경험, 행정경력을 갖춘 것 같지 않다. 다만 한 가지 눈에 띄는 것은 그가 현직의 한국교육학회장이라는 사실인데, 이것이 후보로 지명되는 데 중요한 배경이 되었을 것이다. 모든 교육 관련 연구학회를 총괄하는 모학회인 한국교육학회의 회장이라는 직함은 그 자체로 교육계 최고의 학문적 권위를 드러낸다. 외부에서 이런 기대와 평가를 할 것임은 당연하고, 실질이 그러해야 한다. 그런데 김명수 후보자의 경우 학문적 지명도나 세간의 의혹 등을 전체적으로 고려할 때 학회장에 적합한 인물이었는가에 대한 의문부터 생긴다. 그가 어떻게 한국교육학회장이 되었고, 나아가 장관 후보자까지 오르게 되었을까.

이번 개각 인사 이후 일부 신문(경향신문 6월16일자와 조선일보 6월17일자)에서 중요하게 다룬 문제 중의 하나가 서울대 사대(교육학과) 마피아에 관한 것이었다. 현재 거론되는 장관 및 교육수석 후보자가 입각한다면 교육 관련 5대 권력기관장이 모두 서울대 교육학과 출신이 되는 상황에 의문을 품고, 그 배경으로서 그 학과의 마피아적 권력 접근 행태를 비판한 것이다.

기실 이들은 유사한 예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의 끈끈한 동문 의식을 가지고 선후배가 이어가면서 권력기관을 잠식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 대표적인 국책교육연구기관인 한국교육개발원의 원장직은 마치 학과 부설 연구소장 자리마냥 이들 동문이 승계해 가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런데 이들이 권력기관에 접근하는 데 가장 든든한 발판으로 삼는 것이 한국교육학회장이라는 직이다.

출근하는 김명수 후보자


한국교육학회의 역사는, 학회장을 지낸 서울대 교육학과 인맥들이 대거 장관급으로 입각해 간 사실을 잘 보여준다. 이에 이들에게 권력으로 가는 디딤돌로서의 한국교육학회장이라는 직은 결코 양보할 수 없는 자리가 된 것 같다. 수십년간 한국교육학회장직은 마치 서울대 교육학과 동문회장 자리인 듯 그 동문이 아니면 거의 접근할 수 없게 되었다. 몇 대에 걸친 전전직, 전직, 현직은 물론이고 차기직 회장도 그 동문으로 이미 세워져 있다. 차차기 회장 피선이 유력한, 10여명의 부회장 명단도 동문회 명부 수준이다(한국교육학회 홈페이지 참조).

상식적 이해의 정도를 훌쩍 넘어서 있다. 이런 정황상, 이렇다 할 학문적 매력을 보여주지 못했던 김명수 후보자가 한국교육학회장이 될 수 있었던 배경의 중심에 그가 서울대 교육학과 동문이라는 사실이 있음은 누구라도 반박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런데 지금 회자되는 의혹들은 어쨌든 그를 한국교육학회장으로 받들어 온 모든 교육학계 구성원들에게 자괴감을 갖도록 하며, 이런 자괴감을 안겨준 서울대 교육학과 세력의 마피아적 행태에 엄중한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공공성의 논리에 앞서 자파 이익의 논리에 휘둘리는 서울대 교육학과 세력의 집단문화는 한국 교육계에서 하나의 괴물이 되어 가고 있다. 자기 사람 심기의 무분별한 욕망은 대한민국 교육의 공적 이상을 꿈꾸고 실천하는 영혼의 눈을 가려 버렸다. 아무리 뛰어난 사람들이 모인 조직이라고 해도 그것이 폐쇄적 동질 집단일 때 그 조직은 공과 사에 대한 최소한의 분별 의식을 상실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 번 김명수 후보자를 둘러싼 자격 논란은 그 적폐가 적나라하게 드러난 하나의 사건이다.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공공성을 해치는 각종 마피아적 문화의 폐해를 절감하며 이를 극복하겠다고 실시한 개각에서, 교육계 마피아의 전선에 선 인물을 장관 후보자로 내세우게 된, 이 아이러니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내가 지금 문제 삼는 것은, 순수한 개개인의 차원을 넘어 구조화되어 있는 서울대 교육학과 세력의 권력독점적, 권력향유적 집단문화 자체이다. 이미 거대한 파도를 이루고 있어 거스르기 어려운, 스스로 멈추고 싶어도 멈출 수 없는 괴물 같은 집단문화 말이다. 이는 교육학계 차원의 자정 능력을 넘어선 것으로 보인다. 사회 전반의 건설적 감시와 비판을 통해서만이 그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공공성의 가치가 살아 숨쉬는 한국 교육계의 비상이 절실하다.



황금중 | 연세대 교수·교육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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