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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흔둘은 적은 나이가 아니다. 그 나이를 극복하고 할머니가 지난 1월 월간 ‘문학세계’를 통해 시인으로 등단했다. 그 주인공은 바로 김옥순 할머니다. 도전하는 삶을 사는 김 할머니의 놀라운 행보는 그 소식 하나만으로도 ‘실버’들의 무딘 가슴을 흔들기에 충분하다.

김 할머니의 등단작은 ‘북한산 단풍’ 외 2편이다. 이수화 원로 시인은 심사평에서 ‘수채화처럼 배어 나오는 영혼의 숨결’이라는 제목을 달았다. “시의 맛과 멋을 잘 우려낸 서정시로, 평소 시를 많이 읽고 써본 습작의 투혼이 고스란히 묻어있다”고 평했다.

김 할머니는 남편과 아들을 떠나보내고 실의에 빠져있을 때, 딸의 권유로 여든여섯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지 2년도 채 되지 않아 인사동 갤러리에 전시한 그림이 팔릴 정도로 그림 솜씨를 주변에서 인정받았다. 그때부터 그린 그림만 해도 40여점에 달한다. 그 그림에 설명을 덧붙여 그림 시집 출간을 계획하고 있다. 그 열정이 어디에서 나오는지 의문부호 하나가 달린다.

흔히 나이가 들면 포기하는 게 많아지고 꿈은 꿈으로만 남는다는데, 김 할머니는 남아있는 꿈을 실현하기 위해 준비 중이라니 그 도전이 경이롭다. 자신에게 남겨진 시간이 얼마인지 알 수 없지만, 아무리 늦게 시작해도 시작하지 않는 것보다 낫다는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최고령으로 등단하여 시인의 반열에 오른 김 할머니가 존경스럽다.

나이가 많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무엇인가 새롭게 시작하기를 망설이는 사람들에게 김 할머니의 도전정신은 하나의 이정표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보면 김 할머니의 등단 소식은 죽었던 나무에서 새싹이 돋아나듯 도전정신을 상실한 실버들에게 희망을 전하는 선물임이 분명하다. 이처럼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자세로 노익장을 과시하며 자신의 꿈을 펼치는 실버들이 늘어가고 있는 것은 그 이유가 어디에 있든 바람직하다. 김 할머니의 아직 끝나지 않은 도전은 100세 시대를 위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실버들에게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알려주는 모범답안이 되지 않을까 싶다.

생애 주기가 늘어난 만큼 이제 칠순도 청춘이라는 말의 의미를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정년 이후 40년을 살아야 할 실버들이 인생 2막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진지하게 고민하는 지금도, 김 할머니는 자신의 그림 시집 출간을 위해 글을 쓰고 고치는 일에 열중이다.

김종화 | 수필가·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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