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헌법재판소의 탄핵심리가 숨가쁘게 진행되고 있다. 대통령과 대리인단도 탄핵을 저지하고, 살아남기 위해서 안간힘을 쓰고 있다. 국민들은 초조하게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일개 사인이 대통령을 조종하여 국정을 농단한 초유의 사태에 국민이 분노하고 궐기하여, 국가를 바로 세워야 한다는 간절한 소망 앞에 펼쳐지고 있는 오늘의 현실은 참으로 험난하기 짝이 없다.

공사를 구분하지 못하고, 국가권력을 사유화하고, 누군가에게 조종당하여 국가 최고 권력자로서의 직무를 방기함으로써 국가를 위험 속에 몰아넣은 대통령을 제거해야 한다는 국민적 요구에 대항하여 그를 무조건 옹호하고 찬양하는 세력들도 만만치 않다. 촛불집회에 대항하여 태극기를 흔들어대는 맛불집회가 열리고, 대통령을 도왔던 새누리당은 여전히 원내 제2당으로서의 위상을 유지하고 있으며, 급기야는 탄핵되어야 할 대통령의 충실한 보좌역이었던 황교안 총리가 대통령 후보감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위중한 시기에 새로운 지도자와 새로운 질서를 원하는 민심은 자연히 대통령과 새누리당의 정반대편에 서 있는 더불어민주당에 쏠리지 않을 수 없다. 제1야당으로서 다음 정권을 인수할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지금 정치권과 언론의 관심은 온통 차기 대통령은 누가 될 것인가에 집중되고 있다. 여권은 아직도 권력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미몽을 버리지 않는데, 야권은 이미 권력이 자기들에게 넘어온 양 차기 대권을 향한 이전투구를 벌이고 있다. 특히 민주당에서는 대선후보 경선에 돌입한 것이 아닌가 하는 행태가 벌어지고 있다. 심지어는 자기가 ‘대세’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참으로 걱정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김칫국부터 마시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지금은 탄핵 결정에만 전력투구해야 할 때다. 동물도 사냥할 때는 하나의 목표물을 몬다고 한다.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 하지 말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상황은 녹록지 않다. 지금 헌재는 위기에 봉착해 있다. 퇴임한 박한철 소장의 말대로 탄핵이 3월13일 전에 이루어지지 않으면, 어쩌면 탄핵이 안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지금 대선을 준비한다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탄핵이 이루어진다는 것이 기정사실인 것처럼 행동하지 마라. 대선은 탄핵 결정 이후의 일이다. 민주당은 2월 임시국회에서 국정의 중심을 국회로 이동시키고, 대통령 권한대행이 대통령이 된 것과 같은 월권을 하지 못하도록 통제해야 한다. 박근혜 정권하에서 만들어졌던 악법을 폐기하고, 무리하게 추진되었던 정책들을 중지시키고, 가장 긴급하고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법안들을 통과시키도록 전념해야 한다. 대통령 권한대행이 특검연장을 거부할 때, 입법을 통하여 연장할 수 있는 방안은 없는가? 대통령 대리인단의 단말마적 방어를 무력화할 수 있는 명쾌한 법리를 개발하여 탄핵소추인단을 지원하기 위한 무슨 태스크포스라도 가지고 있는가?

대선에 꿈이 있는 자는 경선을 하는 것과 같은 행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정치적 비전을 보여주는 일을 해야 한다. 그것이 국민의 신뢰를 얻는 일이고 수권정당으로서 할 일이다. 탄핵이 이루어진다면 민주당은 차기 정권을 거머쥘 기회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만약 탄핵이 기각된다면 민주당은 국민이 밝혀준 촛불을 꺼버렸다는 비난을 뒤집어쓸 것이다.

이병훈 | 전주대 명예교수·헌법학

댓글
최근에 올라온 글
«   2024/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