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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목연석(魚目燕石)이라는 말이 있다. 물고기의 눈과 중국 연산(燕山)에서 나는 돌은 모두 옥(玉)과 비슷하지만 옥이 아니라는 뜻으로, 진짜와 비슷하지만 본질과는 완전히 다른 것을 이르는 말이다. 지난주 한전의 2019년 결산실적이 나오자 ‘탈원전=한전 적자’라는 잘못된 주장이 다시 등장하는 것을 보며, 에너지전환의 본질이 가려지는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사실 본격적인 ‘탈원전’은 아직 시작되지도 않았다. 2017년 23GW이던 원전 설비용량은 2024년이 되면 27GW까지 늘어난다. 이 기간 중 문을 닫는 원전은 3GW에 불과한 반면, 새로 문을 여는 원전은 7GW에 달하기 때문이다. 

2016년 이후 원전이용률이 하락했던 이유는 과거 건설된 일부 원전에서 콘크리트 공극 등이 발견되어 국민의 안전을 위해 정비를 시행했기 때문이다. 해당 정비작업은 순차적으로 마무리되어, 2019년 2분기 원전이용률은 예년 수준인 82.8%까지 회복되었다. 더구나 원전 예방정비 및 가동은 원안위 승인 등 법적 절차에 따라 시행되는 것이니 정부가 의도적으로 개입한다는 주장도 사실과 맞지 않다.

2019년 한전 실적이 하락한 주된 이유는 3가지 환경관련 지출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첫째, 미세먼지 감축을 위해 값싼 석탄발전 대신에 값비싼 가스발전을 크게 늘려 발전비용이 증가하였다. 둘째, 박근혜 정부 때인 2015년부터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가 시행되고 있는데 작년에 배출권 가격이 크게 올라 이와 관련된 비용도 급증하였다. 셋째, 이명박 정부 때인 2012년부터 시행된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제도의 이행비용도 늘어났다. 

일반 제품에 비해 유기농 제품이 더 비싸듯이 환경과 안전을 강조하다보면 결국 관련 지출이 늘어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즉 재생에너지 확대 등 에너지전환의 추진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정확하게 산출하여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일이 중요한 것이다. 

독일 및 덴마크와 같은 에너지전환 모범 국가에서는 친환경 발전 확대에 따른 전기요금 상승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폭넓게 형성되어 있고, 전기요금 고지서에 친환경 발전으로 인한 추가적 비용이 별도로 적혀 있다. 반면에 우리나라에서는 이와 관련한 국민적 논의가 아직까지 부족한 실정이다. 

에너지전환은 가속화되는 지구온난화에 대응하면서 미래 세대를 위해 안전하고 지속 가능한 에너지원을 확보하기 위한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전 세계 신규 발전설비 투자액 중 67%가 재생에너지에 집중되고 있으며, 세계 발전량 중 재생에너지 비중은 2018년 26%에서 2040년 67%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에너지전환의 성공적 추진을 위해서는 합리적인 전기요금 체계로 소비자에게 적절한 가격신호를 제공하여 효율적인 에너지 소비를 유도하고 전력의 낭비적 소비를 방지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당장 올해부터 신기후체제인 파리기후협정이 본격 가동된다. 우리에게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

<유승훈 | 서울과학기술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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